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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을까"…국민의힘 '노잼 경선'에 우려 목소리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1.09.08 13:01 수정 2021.09.08 13:06

"어수선하고 방향성도 없어" 비판

후보들 불편…"아쉽기 짝이 없다"

흥행 실패 우려에 갈등 불씨 조짐도

선관위 "지적 알고 있다…염려하는 바 씻을 것"

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가 열리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기대와 달리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는 혹평이 줄을 이으면서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같은 국면이 이어질수록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선관위에 대한 후보들의 불만 혹은 후보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8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날 선관위가 주도했던 '3대 정책공약 발표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선관위의) 준비가 아직 충분치 않은 것 같다"며 "겉도는 수준의 형식들이 많아 아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12인의 후보가 각각 자신의 3대 공약을 발표한 후 추첨을 통해 선정된 후보로부터 1분 동안 질문을 받고, 1분 동안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던 발표회에 대해 "어수선하고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다"는 여론에 동조하며 비판을 가한 것이다.


선관위가 주최하고 대선 후보가 참석한 공식 일정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분씩 프리젠테이션(PT) 방식으로 진행됐던 비전발표회 당시에도 알맹이가 없는 보여주기식이라는 평가 속에 홍준표 의원의 "학예회 같았다"는 발언이 오히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으로는 '토론의 부재'가 꼽힌다. 단순히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관심이 모이는 아젠다를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이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생략된 지점이 무미건조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전날 발표회는 흥행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로 중계된 이날 행사의 최대 동시 접속자가 4000여 명으로 당 대변인 선발 대회였던 '나는 국대다' 중계에 비해 5분의 1 수준에 그쳤으며, 화면을 통해 참석자인 12인의 후보들조차 일찍 자리를 뜨거나 행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발표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2시간 넘게 시간을 끌면서 토론도 하지 않고, 공약에 대한 질문자도 추첨으로 정했다"며 "앞으로 올데이 라이브 방송 등을 한다는 데 선관위가 왜 이렇게 유치한 결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하는 대로 하겠지만 하루 속히 후보자간 치열한 토론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원희룡 전 지사도 "(공약발표회가) 맛보기 정도는 되는지 모르겠지만, 깊이 들어가는 게 거의 불가능한 구조였다"며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어야 한다. 후보끼리 서로 묻고 재질문하고 반박하고 이런 게 돼야 평소에 몸에 체득이 되어 있던 자신의 생각들과 경험들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선 후보 또한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러모로 어수선하니 후보 입장에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여론조사 상위권 후보들이야 어차피 컷오프 이후 토론기회가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보다 더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하고 자신을 알려야 하는 후보 입장에서는 심각하고 예민한 문제"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 사임 의사를 밝힌 정홍원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금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경선준비위원회가 추진했다 무산된 토론회 개최를 두고 "토론을 기피하는 후보가 있다"며 캠프 간 날선 공방이 벌어진 바 있는 탓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전날 "선관위가 토론을 일부러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 발언한 것도 이같은 판단이 배경이 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관위는 1차 컷오프가 이뤄지는 15일 이전 예정된 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줘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오는 9~10일 대선 후보 12인 모두를 대상으로 예정된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을 면접관으로 섭외해 '관심도 제고'를 노린다.


김연주 선관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압박 면접이 진행될 것으로, 상당히 진보적 입장에 계신 분들이 패널로 참석하실 것"이라며 "진보가 묻고 보수가 답한다는 개념으로 확실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밋밋한 경선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실효성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바를 알고 있다"며 "2차 본경선에 들어가면 무수히 많은 토론회가 들어가 있어 염려하는 바를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관위는 오는 13~14일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1차 컷오프를 통해 8명의 2차 본경선 참가자를 선정한다. 여론조사는 당원 대상 20%, 일반 국민 대상 80%의 비율로 실시 후 합산해 최종 수치를 산출한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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