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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의 인상팍!] 재미와 감동 사라진 프로야구, 자충수 된 연장 폐지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1.08.28 07:00
수정 2021.08.27 17:10

빡빡한 후반기 일정 완주 위해 연장전 폐지와 가을야구 일정 축소

연장전 폐지 이후 무승부 속출, 승리 고대했던 선수와 팬 모두 허탈감

하위권 팀들에 좋을 것 없는 무승부, 후반기 순위 싸움 흥미도 반감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4시간의 승부 끝에 3-3으로 무승부 경기를 펼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장전 폐지’가 프로야구 하반기 순위 싸움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144경기 체제를 무사히 완주했던 KBO리그는 올해 도쿄올림픽 브레이크 기간과 일부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 등으로 인해 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시즌 도중에 룰을 바꾸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KBO 이사회는 도쿄올림픽 기간 실행위원회를 열고 후반기 일정이 빡빡하다는 이유로 연장전을 전격 폐지했다.


공교롭게도 연장전을 폐지하자마자 무승부 경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반기 384경기 동안 3번뿐이었던 무승부는 지난 26일까지 후반기 64경기를 치르는 동안 벌써 10번이나 나왔다.


이로 인해 흥이 오르다가도 결국엔 양 팀 모두 아무 소득 없이 물러나며 다소 맥 빠진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지고 있다가 따라잡은 팀이나, 따라잡힌 팀 모두 고대했던 연장전이 사라지면서 다소 허무한 결말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내내 부진했던 선수가 연장 마지막 타석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는 감동적인 장면은 이제 정규리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무승부 역시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그 어떤 팀도 무승부를 목표로 경기에 임하지 않는다. 결국 9회까지 모든 걸 쏟아 붓고도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버리면 결과적으로 헛심만 쓴 셈이며, 승리를 기대했던 팬들 역시도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장전 폐지는 후반기 치열한 순위 경쟁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지만 승률 5할이 되지 않는 하위권 팀들의 경우 승수 추가 기회를 잃게 돼 치고 올라가기가 더 힘들어진다.


특히 전통의 인기 구단 KIA와 롯데는 후반기에 모두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대반격에 나서고 있다. 전반기 하위권으로 처진 두 팀이 후반기에 선전을 펼쳐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지켜보는 팬들의 흥미를 더욱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KIA의 경우 벌써 4번의 무승부를 기록하며 좀처럼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반기에 단 한 차례도 무승부가 없었던 KIA는 9회까지만 경기를 치르고 있는 후반기에 벌써 4차례 무승부를 기록했다.

잦은 우천 취소와 기나긴 승부 끝에 허탈한 무승부는 팬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KBO가 리그 흥미를 반감시키면서까지 연장전 폐지를 감행한 이유는 기존에 정한 원칙을 어기고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해버렸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올 시즌에는 올림픽 브레이크로 인해 일정이 빡빡한데 KBO는 지난 7월 일부 구단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에 따른 확진자가 나오자 전반기 막판 예정된 30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KBO가 올 시즌 발표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선수단 내 확진자 발생 시 ‘확진자 및 자가격리대상 인원수와 상관없이 구단 대체 선수들을 투입해 리그 일정을 정상 진행한다’라고 명기돼 있지만 ‘특정 구단 봐주기’ 논란 속에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그 결과 후반기에는 시즌 완주를 위해 연장전을 폐지하고, 가을야구 일정도 일부 축소했다. 안타깝게도 한반도 남부 지역을 강타한 태풍 ‘오마이스’와 가을 장마 여파로 인해 취소되는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일정이 더욱 빡빡해지면서 선수들도 앞으로 강행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장전 폐지에 따른 흥미 반감이라는 마이너스 요소도 고스란히 KBO 및 각 구단이 떠안아야 한다.


KBO 이사회가 일각에서 제기됐던 형평성 논란을 뒤로하고 리그 중단을 감행한 결과는 이제 엄청난 자충수가 돼 돌아오고 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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