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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사퇴, 깔끔한 퇴진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8.23 09:01
수정 2021.08.23 08:01

그 표독한 욕설이 이해된다?

이 지사 해명의, 말인지 뭔지…

웃어넘길 글인데 해촉이라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황교익 씨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 ⓒ 황교익TV 유튜브 캡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형수 욕설’ 유튜브 영상이 법원 명령으로 비공개처리 됐다. ‘백브리핑’이라는 채널이 영상을 올린 지 이틀만이었다고 한다. 그 영상이 아니라 음성 녹음 파일을 통해 오래 전에 들은 기억이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표독한 욕설에 귀를 의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최근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이해한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해서 한동안 논란거리가 됐다. 그 황 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보은 인사’라는 의심은 극히 자연스런 반응이다. 그런데 이 지사나 황 씨나 그게 아니라고 우겼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형수에 대해 그 험한 욕설을 “녹음해!”라고 하면서까지 퍼부어댄 행위를 이해하다니! 가까운 사람이라면 오히려 통렬히 나무라서 형수는 물론 세인에게도 진심어린 사과를 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 표독한 욕설이 이해된다?


“오죽하면 그런 말이 나왔겠느냐.” “전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런 투의 논리로 이 지사를 역성드는 사람들이 있는가 보던데 억지로도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가 인륜 천륜을 다 저버렸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것을 지킬 때에야 비난할 자격이 있다. 너무나 울화가 치밀어 도저히 좋은 말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손위 사람에 대해 상상할 수도 없는 욕설을 퍼붓다니!


그런데 황 씨는 그게 아니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과 ‘친일 논란’을 벌이다가 극단적인 표현을 한 때문에 사장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낙연 측 사람들은 인간도 아닌 짐승이다.”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겠다.” 그는 심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불가피한 퇴진이었지만 이 지사를 구하는 길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정리된 게 아니었다. 알고 봤더니 이 지사와 황 씨가 이천의 쿠팡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난 그날 ‘먹방’ 유튜브를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화재는 오전 5시 36분에 발행했으니 불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는 시간에 두 사람은 희희낙락 떡볶이 먹방을 즐겼던 셈이다.


이 지사의 해명이 가관이다. “당시 창원에서 실시간으로 상황보고를 받고 대응조치 중 현장지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다음날 일정을 취소하고 새벽 1시반경에 사고 현장을 찾았다”고 큰일이나 해낸 듯 설명했다. “네 시간 넘게 저녁도 먹지 않고 달려갔다”고 했으니 창원에서 출발한 시간은 저녁 9시였다는 얘기다. 하루 종일 실시간 상황보고를 받으면서 오전 11시 30분쯤 김동식 소방구조대장이 실종됐다는 사실은 몰랐다는 것인지 황당하다.


이 지사 해명의, 말인지 뭔지…


이 지사는 과거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 11월 22일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 및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박 대통령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고발장에서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피고발인은 ‘관저’에서 국민에게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사고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피고발인이 2시간20분 동안 보고만 받고 있었다는 것으로도 형법의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명색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 해괴한 상상을 유도하는 표현까지 구사하며 처벌을 요구했다(참사 발생 4년 6개월 후였다. ‘최순실 태블릿’이라는 것으로 박 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있을 때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다). 그처럼 기세등등했던 이 지사가 이천 화재 때의 자기 행적과 관련해서는 말재간을 부렸다.


“우리 국민은 박 전 대통령이 왜 세월호가 빠지고 있는 구조 현장에 왜 가지 않느냐고 문제 삼지 않는다. 지휘를 했느냐 안 했느냐, 알고 있었느냐 보고를 받았느냐를 문제 삼는다. 저는 (화재 당시) 마산과 창원에 가 있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다 보고받고 파악도 하고 있었고, 그에 맞게 지휘도 했다.”


이게 말인지 뭔지…. 아니 그 좋다는 머리로 기껏 짜냈다는 게 이 횡설수설인가.


웃어넘길 글인데 해촉이라니


그 때 이 지사와 먹방에 신이 났던 황 씨가 화재 대처와 수습에 책임을 질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 때문에라도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직을 지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진작 이 때의 사진이 공개됐더라면 이 지사의 인사 불공정 시비가 더 커졌을 테니까. 어쨌든 그는 아주 요란하게 버티고 반발하고 악담하다가 사퇴했다.


반면에 너무 쉽게 물러난 사람도 있다. 민영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국민통합특보의 경우다. 그는 22일 페이스북에 “정권 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는 대표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서 본인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 하든지, 대표직 유지하며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 하든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로 논란이 일자 그는 바로 사의를 밝혔고 캠프 측은 즉각 해촉했다. 말 그대로 전광석화였다. 자신의 책임과 이름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민 전 특보처럼 진퇴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크게 아쉬운 점이 있다.


아마 국민의힘 이 대표와의 사이에 아직도 깔끔히 걷히지 않고 남아 있는 감정 부스러기들이 마음에 쓰여서 윤 전 총장 측이 그런 조치를 취했겠지만 사람 쓰기를 너무 가벼이 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 측이 듣기엔 몹시 거슬릴 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게 특보자리를 빼앗겨야 할 만큼 큰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이 대표가 “또 그 소리!”라며 싱긋 웃고 말았으면 그 정치적 포용력과 여유가 국민의힘 전 구성원들에게 큰 안도와 위안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얻을 수 있는당원 및 국민의 신뢰와 응원을 놓쳐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민 특보를 복귀시켜 당내 화평 회복의 단초로 삼는 건 어떨지 모르겠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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