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처방으로 가계대출 잡히나? [김민석의 갓심]
입력 2021.08.20 07:00
수정 2021.08.20 04:51
신용대출 한도↓…빚내기 어려워져
월급자 '울상'…희망은 뺏지 말아야
금융당국 수장이 최근 한날 한시에 교체됐다. 고승범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금융위원회의 새로운 위원장으로, 정은보 전 한미방위분담금 협상대사가 금융감독원의 신임 원장으로 자리했다. 인사지명 결과가 나온 즉시 언론에서는 '금융수장 투톱'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두 사람의 임무를 집중 조명했다. 그 임무는 바로 가계대출이었다.
두 사람은 '투톱'이라는 수식어가 걸맞게 곧바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공격 대상은 '금융회사'였다. 먼저 금융감독원이 나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를 본인의 연소득 수준까지 줄여달라는 요구를 내밀었다. 이 요구는 4일 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도 똑같이 전달됐다.
금융위원회도 압박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지명되기 전부터 강력한 가계부채 압박 정책을 주장했던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앞당겨 시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각 은행들의 가계대출을 직접 관리하겠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금융수장 투톱은 '수익성 방어'를 주장하는 금융사들의 빗장수비를 간단히 뚫어냈다. 하지만 두 수장이 휘두른 칼은 일반 월급수령자에게는 생채기를 냈다. 가계대출로 생활을 연명해야 하는 일부 사람들의 상처는 더 컸다. 왜냐하면 그들은 빚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이자수익이 조금 줄어도 경영을 지속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이들은 다르다.
투자라는 행위가 시작되면서부터 자본시장에는 레버리지(Leverage)란 단어가 생겼다. 투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빚을 끌어다가 다른 자산을 매입하는 투자전략을 총칭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생계형 레버리지'가 조명을 받고 있다. 살기 위해 빚을 낸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가 생계형 대출자를 '빚을 지는 것이 죄가 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고 있다. 혹자는 아무런 희망조차 품지 못하겠다고 울먹인다. 결혼, 육아를 포기하면서 이미 '포기'에 익숙해진 젊은 청년들은 내 집 마련과 자산증식의 꿈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울분을 토로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는 대신 내놓은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은 출시 한 달 동안 20건의 가입건수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자 상승 폭을 일정 한도로 제한하는 데도 불구하고 현재 금리가 현저히 낮아 굳이 이 상품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국은 이미 가계대출과 관련해 무수히 많은 '헛다리'를 짚어왔다.
정책적인 실수는 할 수 있다. 정부도 인간으로 구성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책이 한 인간의 희망을 짓밟는 것이면 안 된다. 무작정 가계대출 증가폭을 찍어 누르는 공격적인 정책이 아닌 자그마한 주택 한 칸의 마련의 희망을 품고 살 수 있게 하는 현실적인 대책으로 더 이상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게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