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정세균, 이재명 꾸짖고 이낙연과 차별화
입력 2021.08.18 14:57
수정 2021.08.18 14:57
이재명 앞에서 황교익 인사 비판
불성실한 답변 태도에 쓴소리도
온건 이미지 벗고 선명성 부각 행보
경제·노무현 키로 이낙연과 차별화
‘온건’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최근 선명한 행보와 메시지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9월 초 진행될 더불어민주당 지역 순회 경선을 앞두고 지지층에 확실하게 어필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날 개최된 민주당 대선 후보 4차 TV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정 전 총리는 “황교익 씨에 대한 인사는 잘못된 것이 아니냐”며 “‘보은성 인사다’ ‘지사 찬스다’ 이런 비아냥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황교익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압박했다. 토론회에서 직접 황씨 인사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 전 총리가 유일했다.
“보은 인사가 아니다”는 이 지사의 반박에도 정 전 총리는 재차 “보은 인사를 해놓고 실토하는 경우는 못 봤다”며 “이재명 후보가 이 문제를 진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혹여 본선 후보가 됐을 때 문제를 해소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 지사의 답변 태도에 대해서도 준엄하게 꾸짖었다. 정 전 총리는 “이 후보가 질문을 할 때는 너그러운데 답변을 할 때는 반대인 것 같다”며 “‘현장을 몰라서 그런다’ ‘팩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다시 읽어보라’고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답변을 회피·거부하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칭찬을 듣기보다 비판을 듣는 자리이기 때문에 누가 비판하거나 문제 제기를 할 때 수용하는 태도와 소통하는 노력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이는 지난 2차 TV 토론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정 전 총리는 당시 이 지사의 ‘여배우 스캔들’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중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라는 이 지사의 당돌한 반응에 정 전 총리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었다.
본인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후원회장인 배우 김수미 씨로부터 ‘욕 특별과외’를 받기도 했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화가 날 때 ‘이 사람아!’, 많이 화가 났을 때 ‘아니 이 사람아!’, 정말 크게 화가 났을 때는 목소리를 높여 ‘아니 글쎄 이 사람아!’라고 말할 정도로 험한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정 전 총리는 “김수미 씨는 제 오랜 친구”라며 “얼마 전에 만나 영 안 뜬다고 하니까 알려준 게 ‘너무 점잖으면 안 된다’고 해서 욕 두 마디를 받았다. 그런데 그 욕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저는 잘 안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실적인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이낙연 전 대표와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물 경제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후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탄핵 표결에 참가한 이 전 대표와 의장석에 앉아 저지한 정 전 총리는 궤적이 다르다”며 “왜 이광재 의원이 정 전 총리와 단일화를 했겠느냐”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 전 대표 측의 단일화는 정치 공세”라며 “후보 단일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경륜에서 나오는 정책과 공약은 뒷심 발휘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전망이다. 정 전 총리는 경제성장과 부동산 공약 등을 잇따라 내놓았는데, 단순히 선언적 목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식과 사례,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학품아(학교 품은 아파트)와 같은 아이디어가 담긴 정책도 있었다.
정 전 총리 측은 “학교 부지를 활용하면 수도권에 최대 50만호 공급이 가능하지만, 보수적으로 20만호만 언급한 것”이라며 “비어있는 학교나 재건축이 필요한 학교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하면 큰 무리 없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택지로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있지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세가 들썩일 수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