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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배터리, 내가 먼저"…美·中·日 비용절감 '승부수'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8.13 06:00 수정 2021.08.12 18:06

테슬라,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제조 단가 저감 기대

中 CATL, 리튬이온 보다 저렴한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개

글로벌 기업 '반값 배터리' 경쟁 치열…"광물 전쟁 심화될 듯"

테슬라 모델Y. ⓒ테슬라코리아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비용 절감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사들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이 목표하는 '반값 배터리'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단숨에 '퍼스트 무버(선두주자)'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가격은 배터리용 원료 수급에 달려있는 만큼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민·관이 한 팀이 돼 적극적으로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2020 임팩트 리포트'를 발간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통해 배터리셀 소재의 약 92%를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되는 리튬, 망간, 코발트, 니켈 등의 혼합물인 검은 덩어리(Black Mass)를 농축(enrichment) 및 정제(purification)하면 92%까지 회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지난해 말 네바다 기가팩토리에 자체 재활용 설비 1단계를 설치했으며, 니켈 1300t, 구리 400t, 코발트 80t를 재활용했다. 니켈, 코발트 등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로 배터리 원가의 30~45%를 차지한다.


테슬라는 이 같은 재활용 기술이 고도화될 수록 배터리 제조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리포트에서 "재활용 솔루션을 각 장소에 맞춤화해 가치 있는 소재를 제조 공정에 다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대규모 배터리 원자재를 다량으로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비용은 배터리셀 제조를 위한 원료 구입비 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상당한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배터리 원자재인 나트륨을 내세워 제조 단가를 낮추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인 CATL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최근 나트륨이온 특허권을 취득한 CATL은 오는 2023년까지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나트륨은 리튬과 비교해 화학적 성질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이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구하기도 쉬워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에너지 보유 능력이 높고 충전 속도가 빠르며 안전성 역시 갖췄다고 CATL은 강조했다.


테슬라 '2020 임팩트 리포트'ⓒ테슬라

다만 에너지밀도가 낮아 전기차 부문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전기 오토바이, ESS(에너지 저장장치)에 먼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CTAL은 배터리 시스템 내 나트륨이온 배터리셀과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혼합해 kg당 2000Wh(와트아워) 이상의 에너지밀도를 갖춘 배터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제조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은 일본·유럽도 못지 않다. 일본 파나소닉과 토요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인 PPES는 배터리 제조 단가를 내년까지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세계 4위 자동차 회사인 스텔란티스의 경우, 자체 개발을 통해 배터리팩 비용을 2024년까지 40% 이상 낮추고 2030년에는 추가로 20%를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전기차 가격을 가솔린 모델 수준으로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가진 뉴 오토(NEW AUTO) 발표회에서 2030년까지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80%에 달하는 전기차에 통합 배터리 셀을 장착해 배터리 비용을 50%까지 절감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사들이 배터리 단가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전기차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폭스바겐그룹 CEO 헤르베르트 디스가 7월 13일(현지시간) 그룹 전략을 담은 뉴 오토(NEW AUTO) 발표회에서 그룹의 전기차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폭스바겐그룹 코리아

이에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비중을 50%로 늘리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한편 내연기관 자동차 연비 및 배출가스 기준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유럽 역시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지원하며 전기차 대중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전기차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배터리 가격을 결정짓는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한편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민·관이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사들이 호주 광산 투자 등 원료부터 소재까지 아우르는 배터리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원자재인 광물 공급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필요한 자원을 오랜 기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원국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노력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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