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대 중 1대는 전기차 생산한다"…K배터리 수혜 '촉각'
입력 2021.08.09 12:30
수정 2021.08.09 12:31
바이든 행정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50%로 상향…美 완성차 업체도 '호응'
美 전기차 '가속페달'에 기술·투자여력·현지생산 이점 가진 K배터리 성장세↑
바이든 행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비중을 50%로 늘리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LG·삼성·SK 등 'K배터리'가 나란히 수혜를 입을 지 관심이다.
앞으로 9년간 미국이 현지 완성차 업체 및 스타트업들에게 공격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터줌으로써 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들의 장악력 또한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비중을 50%로 늘리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현재 약 3% 수준이다. 전기차에는 순수전기차, 수소전기차(FC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이 포함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내연기관 자동차 연비 및 배출가스 기준도 강화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5년 뒤인 2026년 판매 차량에 대한 평균연비를 휘발유 1갤런(3.8ℓ)당 52마일로 상향하는 새 규정을 내놨다. 현 연비 규정은 43.3마일이다. 높아진 연비규제를 도입해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기차 충전소 건설도 적극 추진중이다. 현재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는 전기차 충전소 구축 비용 75억 달러가 책정돼 있다.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 기준 강화로 앞으로 9년간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GM, 포드,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 모회사)는 "2030년까지 미국 연간 전기차 판매량의 40~50% 달성을 목표로 한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로이터는 BMW, 혼다, 폭스바겐, 볼보, 현대차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략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전기차 육성 정책에 전기차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 등 연평균 40%의 고성장을 전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기차 확대 움직임은 주요 완성차·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GM은 미국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2개 외에 신규 배터리 기가팩토리 2곳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외신 등은 GM의 기가팩토리 추가 건설로 미국 내 배터리 생산능력이 연간 100GWh(기가와트아워)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과 손잡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성장세 역시 두드러지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선 핵심 부품인 배터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배터리 소송 합의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GM(제너럴모터스)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완성차업체인 포드와 합작공장 등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2곳의 합작공장에서 2024년까지 총 70GWh(기가와트아워)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합작공장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GM과의 합작공장 70GWh와 합쳐 미국 내 총 14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인 루시드모터스와도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포드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인 블루오벌에스케이를 통해 202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연간 약 6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한다. 현재 건설중인합산 22GWh규모의 조지아 1· 2공장과 합치면 포드에 공급할 배터리만 연산 70GWh이며, 이 규모는 양사 협상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윤형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획실장은 지난 4일 '2021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포드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량 40%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서는 연간 240GWh 배터리 공급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현재 논의중인 60GWh 투자 외에 180GWh의 추가 협력 기회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4위인 스텔란티스와 협력이 예상되는 삼성SDI도 조만간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략마케팅 전무는 지난달 27일 열린 '2021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2025년부터 전기차와 주요 부품에 대한 역내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삼성SDI도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업체인 리비안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재영 삼성SDI는 전략마케팅 전무는 콘퍼런스콜에서 "삼성SDI는 리비안 외에 여러 고객과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며 내년부터는 공급물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K배터리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배터리 선진 기술, 중국·일본 배터리 기업의 투자 여력 제한 등을 지렛대 삼아 미국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으로 북미 시장 투자가 제한적이며, 일본은 미국 시장 확대에 소극적인 편이기 때문이다. SNE리서치는 한국 기업의 장악력 확대로 일본 파나소닉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67%에서 2023년엔 45%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유럽을 빠르게 뒤쫓기 위한 미국 완성차업체-한국 배터리사간 협력은 긴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미국 부양안에 대규모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예산이 포함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충전소가 촘촘히 건설되면 주행거리 경쟁보다는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춘 선발업체들이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