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티비판 '머니 게임'아니라는 '피의 게임'…MBC에게 닥친 숙제
입력 2021.08.12 09:08
수정 2021.08.12 09:09
'머니게임' 원작자 표절 의혹 제기
"진용진 참여해 보도자료에 넣을 것 뿐, '머니게임과 무관"
MBC가 지난 5일 온라인 OTT 플랫폼 웨이브·크리에이터 진용진과 함께 손잡고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을 제작한다고 밝혔으나 시작도 전에 잡음이 들려왔다. 네이버 웹툰 '머니 게임' 작가가 자신의 동의 없이 기본 포맷을 가져갔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
기본 규칙과 참가자 모집 포스터, 지원서 등 '머니 게임'과 유사한 형식을 띄고 있는 '피의 게임'은 반드시 이 의혹을 해소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웹툰 '머니 게임' 배진수 작가는 '피의 게임'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설정과 스토리를 연구하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 고생한 작품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단으로 사용돼 속상하다"면서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머니 게임'은 참가자들이 100일간 스튜디오에서 생활하면서 상금을 최대한 많이 남겨야 하는 내용이다. 모든 생필품은 상금에서 써야 하며, 물가도 소비자가의 1000배 이상이다. 2018년 연재 당시에 큰 인기를 얻었고, 2019년 SBS '런닝맨'이 '머니게임'과 비슷한 포맷의 에피소드를 무단 도용해 제작진이 사과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웹툰 IP 최초로 동명의 웹 예능으로 만들어졌다.
표절 의혹에 대해 MBC는 "아직 프로그램이 방송하기 전으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원작 웹툰이나 웹 예능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진행돼 표절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머니 게임' 웹 예능 기획자가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 그 내용을 보도자료에 넣을 것일 뿐, '피의 게임'과 '머니 게임'은 무관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는 진용진이 참여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게임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소개 문구가 '머니 게임'을 연상시킨다.
MBC가 떨쳐버려야 하는 의혹은 표절 뿐 아니다. '머니게임'의 기획자 진용진은 방송 당시 출연자들의 상금 나눠갖기, 참가자 태도 논란, 욕설과 담배를 그대로 노출시키며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육지담, 파이, 이루리 등은 악플로 인한 고통을 여러 차례 호소했고, 진용진의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MBC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머니게임' 기획자 진용진과 손을 잡은 것을 두고 화제성에 급급한 선택이 아니냐는 시선도 따라붙었다.
스스로 '예능 명가'라고 칭했지만 MBC 자력으로 만든 콘텐츠가 아닌, 진용진에게 기댄듯 한 인상을 주는 프로그램 성격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첫 방송 전이지만 잡음으로 인해 '피의 게임'을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머니게임'과 무관하다고 선을 명확하게 그은 만큼 '머니 게임'을 떠올리지 못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실험대를 무사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