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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박근혜 불구속' 발언 후폭풍…여야 모두에 뭇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입력 2021.08.10 07:45
수정 2021.08.10 11:02

尹 "박 전 대통령 불구속 수사하려고 했다" 발언 논란

與 작심 비판 "충격적 발언…친박표 구걸하려 발연기"

野 대권주자도 일제히 직격 "책임회피 비겁한 거짓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 했다'는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윤 전 총장이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수사팀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박 전 대통령을 비공개 조사한 후 불구속 수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검찰 수사 중 구속됐다는 게 발언의 골자다.


이는 여전히 윤 전 총장을 향해 마음을 열지 못하는 강성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자, 지난달 20일 대구를 찾아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송구한 마음"이라던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이후 붙잡아 둬야할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는 발언인데다 여야 모두에게 뭇매를 맞으며 정치적으로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與 "친박표 구걸" "박쥐검사" 파상공세


특히 9일 여권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을 겨냥해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공식회의에서 '표 구걸', '박쥐', '정치검사'라고 비판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이 수장이던 검찰 조직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친박표를 구걸하고 있다"며 "박쥐도 이런 박쥐가 없다"고 비난했다.


강병원 최고위원도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검찰 수장이었던 본인에 대한 부정이고 촛불을 들었던 국민을 부정한 충격적 발언"이라며 "뻔뻔함에 국민들은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TBS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분이라면 본인 준비가 확실하거나 국민적 신망이 있거나 해야하는데, 둘 다 취약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도 자신이 기자 시절 윤 전 총장과 술자리를 함께한 일화를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박쥐가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野 어렵게 건넌 '탄핵의 강' 회귀 우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작심한 듯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날을 세웠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보수를 궤멸시킨 사람이 이제와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할때 불구속하려 했다는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한다"고 지적했고, 김태호 의원도 "윤 전 총장의 언급은 스스로를 부정할 뿐 아니라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에 대한 책임을 두고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나는 오십보밖에 도망 안 갔다, 나는 백보 도망갔다'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어떤 경우에도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는 정권교체의 희망을 스스로 짓밟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의 불구속 수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다. 그런 일이 있지 않았다"면서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많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자신의 발언 의도는 물론 사실관계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내에선 지난 6.2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 선출을 통해 어렵게 건넌 '탄핵의강'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이 탄핵의강에 발을 담그면서 향후 본격적인 대선 경선 국면에 접어들면 책임 공방 등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TK와 보수진영에 접근부터 잘못하고 있다"면서 "본인은 탄핵 문제를 털고가려는 의도였겠지만, 강성 보수의 반감을 자극하려는 당내 경쟁자들에게도 공간을 주고, 중도층을 떼어놓으려는 여권에도 공세 기회를 줘서 양쪽에 갇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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