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블링컨, 대화 촉구했지만...北 ‘묵묵부답’ (종합)
입력 2021.08.07 14:53
수정 2021.08.07 14:53
北 리선권 외무상 대신, 급 낮은 ‘대사’ 참석
안광일 대사, 준비된 입장문만...한미 언급 無
남북한이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났다. 통신연락선 복구 이후 남북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다. 이에 북측에서 한반도 현안이나 대미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까 기대했으나,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한국과 미국에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참석해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했지만, 리선권 외무상 대신 참석한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준비된 입장문을 읽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외무상보다 급이 낮은 대사가 참석함에 따라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앞서 나오기도 했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ARF 회의에서 “정부는 그간의 남북미 정상 간 합의를 기반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 대표로 참석한 안 대사에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ARF 회의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총 27개국이 참여한다.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 역내 다자안보포럼으로 안 대사는 리 외무상 대신 2년 연속 ARF에 참석했다.
정 장관은 남북 정상 간 합의를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로 한 약속을 이행할 것을 북측에 촉구했다.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으며, 남북이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안 대사를 통해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서 북한이 권한을 부여받은 협상대표만 지정하면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중 가장 서열이 낮은 안 대사는 마지막에 발언했다. 한국과 미국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정 장관이나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대화제의에 대한 북측의 화답은 없었다. 다만 북측은 ‘외부의 적대적인 압력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중, 한미연합훈련·남중국해 문제 놓고 충돌
中 노골적 북한 편 “한미연합훈련 실시 반대”
美 “中 핵무기 발전 우려...남중국해 도발 중단”
한편 이날 ARF 회의에서 만난 미국과 중국은 ‘한미연합훈련 및 대북제재’,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미국이 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동참을 촉구했지만, 중국은 한미연합훈련 실시 반대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현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건설적이지 못하다”며 “미국이 북한과 진정으로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핵무기 발전을 문제 삼았다. 국무부 성명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회의에서 중국 핵무기 발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며, 홍콩·신장 그리고 티베트에서 진행 중인 인권 침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적 행위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 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남중국해로 끌어들여 지역 국가들을 분리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장관도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정의 유지는 모든 국가들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