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통하지 않는 ‘믿음의 야구’ 할 것인가
입력 2021.08.05 09:23
수정 2021.08.05 09:46
김경문호, 야구 한일전서 패하며 패자 준결승행
지나친 선수 기용 고집, 혹사 후유증 불러올 수도
김경문호가 상대적 전력 우위였던 일본을 상대로 석패하며 패자 준결승전으로 떨어졌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준결승에서 우승 후보 일본에 2-5 패했다.
이로써 승자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일본은 결승전으로 직행, 반면 패한 한국은 미국이 기다리고 있는 패자 준결승전으로 향한다. 한국과 미국의 승자는 결승에 오를 수 있고 패한다면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러야 한다.
패배라는 경기 결과도 아쉽지만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부분은 바로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용이다.
승부처였던 경기 후반으로 시계를 돌려볼 필요가 있다.
김경문 감독은 타선이 6회초로 2-2 동점을 만들자 곧바로 이어진 6회말 선발 고영표를 내리고 차우찬, 조상우를 잇따라 등판시켰다. 특히 필승조로 활약 중인 조상우는 이번 대회서 혹사를 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상우는 대표팀이 치른 5경기 중 미국전을 제외한 4경기에 등판하고 있다. 4경기서 5.2이닝을 소화했고 90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다.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어 가장 믿을 만한 셋업맨이긴 하지만 내일이 없는 듯한 잦은 기용은 선수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은 조상우 1명뿐만이 아니다. 조상우에 이어 등판하는 고우석의 기용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고우석은 한일전 8회 등판했으나 이날 제구는 물론 구위도 썩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결국 1사 1루 상황에서 병살로 끝낼 수 있었던 찬스에서 베이스를 더듬는 바람에 이닝을 끝내지 못했고 이후 만루 위기서 승부를 결정짓는 3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고우석은 베이스 커버 실수 후 이미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볼넷을 허용하며 교체를 검토해야할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고우석에게 ‘믿음’을 실어줬고 결과는 역전타였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고우석 기용에 대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놓았다. 김 감독은 “다른 투수가 몸을 풀긴 했다. 이기면 결승에 직행, 하지만 내일(패자 준결승) 경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경기 막판까지 일본을 물고 늘어졌고 동점까지 이루며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을 믿는다 하고서는 감독이 먼저 경기를 포기한 셈이 되고 말았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서 최악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오재일과 양의지를 믿어주며 계속해서 중심타선에 기용하고 있다.
김 감독은 과거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믿음의 야구’로 금메달 성과를 이룬 바 있다. 하지만 시대가 흘렀고 더 이상 ‘믿음의 야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수차례 대회와 KBO리그 감독 시절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믿음의 야구’는 더 이상 통하지도 않으며 구사해서도 안 된다. 설령 메달을 따더라도 투수 혹사 또는 선수의 자신감 상실이라는 잔혹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