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영화 뷰] '트렌디한' 재난 영화가 클리셰를 피하는 방법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8.05 08:11
수정 2021.08.05 08:13

일상 생활 속 재난에 초점

민폐·동정 유발자 지양

ⓒCJ,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화재, 지진, 해일, 외계인 침공 등의 소재로 하며 많은 제작비, 톱스타 배우들이 기용되는 재난 영화는 할리우드와 국내에서 모두 단골 소재로 꼽힌다. 스펙터클한 영상과 위기 속에서 대단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시민의 희생이 모두를 극적으로 살리는 구조는 메시지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장치였다.


하지만 장르를 관통하는 공식을 반복하면서 '뻔한 영화'라는 인식을 피하지 못했다. 자연의 재해로 빚어진 비극, 정부와 엘리트 관료들의 음모, 위기 이후 생존을 향한 인간의 이기심 등은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됐고, 장점으로 활용되던 장치들은 단점으로 치부됐다.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제작사들은 변화해가는 당시 시대의 흐름을 조금 더 구체화하며 리얼리티를 강조했고, 희생이나 그럴듯한 교훈을 주기보단 '생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들이 십분 활용된 작품은 '터널', '엑시트', '#살아있다' 등이다.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정수(하정우 분)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평범한 직장인으로 매일 퇴근하던 길 터널이 무너지자 일상도 무너져내렸다. '터널'은 평범한 인물이 생각지도 못한 재난에 처하게 되는 모습으로, 재난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공감을 줬다. 정수가 가족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립된 공간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버티는 모습은 안쓰러운 연민과 짠한 웃음을 선사했다. '터널'은 수많은 희생자를 다룬 기존 재난 영화와 달리 단 한 사람의 희생자를 그리며 차별점을 뒀다. 구조에 시간이 걸리자 안타까워하던 시민들은 점점 지쳐가며 관심을 거두게 되고, 한 사람을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 터널 밖 사람들의 갈등이 사회의 현실을 꼬집었다.


'엑시트'는 '소시민 재난 영화'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평범한 사람들의 탈출기를 그려냈다. 취업 준비생 용남(조정석 분)과 웨딩홀 직원 의주(윤아 분)는 재난 상황에 방독면을 착용하는 모습부터 휴대전화 불빛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는 모습, 쓰레기봉투로 방독면을 만드는 과정 등을 담으며 소품을 재난에 활용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표현했다. 실제로 휴대전화 불빛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 외치는 구호는 실제 SOS 모스 부호 신호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위급 시 생존 방법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호평을 보내기도 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주인공들의 탈출기가 생중계되고 SNS로 구조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장면으로 시대의 흐름을 비췄다.


또 '엑시트'는 재난 상황 속에 사망자와 민폐 캐릭터를 지양하며 영화가 주고자 하는 희망적인 요소를 극대화했다. 선정적인 장면이나 불편하게 들릴 만한 욕설 장면도 없었다. 그저 용남과 의주의 탈출을 기분 좋게 응원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있다는 것도 '엑시트'의 성공 요인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선보인 첫 재난 영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준우(유아인 분)가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가 모두 끊기고 식량마저 동난 채 집 안에 된 채 건너편 아파트에서 생존 신호를 보내오는 유빈(박신혜 분)을 확인하고 함께 살아남는 과정을 그린 생존 스릴러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겪는 재난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렸다.


'#살아있다'는 냉장고로 출입문을 막고 잠깐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식량을 다 먹어버리지만 전자기기를 활용해 탈출 방법을 고안하는 준우를 통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들이 재난 상황에 놓였을 때 벌어지는 극복과 성장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11일 개봉하는 '싱크홀'도 평범한 일상의 초밀착 재난 블록버스터다. 동훈(김성균 분)이 11년 동안 모은 돈과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마련했지만, 싱크홀로 집이 무너져내린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싱크홀'은 높은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2040대의 애환을 짠내나는 유머로 녹였다. 또 등장인물 모두를 적극적인 인물로 그렸다. 어리다고, 여자라고, 아프다고 물러서는 캐릭터가 없다. 민폐 캐릭터 하나 없이 똘똘 뭉쳐 버티는 모습은 절로 응원을 부른다.


또 유튜브를 통해 본 캠핑 지식, 집안의 생활용품으로 당장의 어려움을 대처하는 모습은 실제 재난이 일어났을 시 참고해도 무방할 만큼 현실성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탈출 과정에서 부성애와 이성 간의 감정을 다뤘지만 지적받을 만한 과한 신파 코드는 걷어내 관객들의 입맛에 진화한 재난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