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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눈물 ②] 방관·솜방망이 처벌·인력 부족…어른들이 키우고 있는 학폭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1.08.04 05:04
수정 2021.08.04 09:39

피해학생 18.8% "신고해도 달라지는 것 없어"…가해학생 21.5% "학폭 저질러도 조치 없다"

변호사 "피해·가해 학생 확실한 분리·사후조치 절실…강제 전학 조치도 드물어"

순환근무·전문성 부족 담당 교사, 업무 과중으로 기피…'SNS 학교폭력' 대비하지 못해

학교폭력 ⓒ게티 이미지뱅크

학교 폭력이 반복되는 이유는 대단히 복합적이다.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 나이대 특유의 공격적 성향과 이들을 지도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줘야할 학교와 사회의 방관 등이 학교폭력 발생의 우선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학교 현장에서 학교 폭력을 해결해나갈 실무 인력과 전문성 부족도 학교 폭력을 부채질하고 있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청소년기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싸움을 잘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라며 "어떤 외부적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싸움을 하는 등의 공격성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임 교수는 "인터넷 문화가 발달되면서 학교폭력의 유형이 다양해졌다"며 "기절놀이 같은 행위는 청소년들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가학적 행위로 잘못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시기를 겪는 청소년은 '폭력이 옳지 못한 것'이라고 말해줄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방관적 문화는 이들의 행동을 모른 척하게 되고 이는 자칫 폭력을 써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학교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 최선희 상담본부장은 "방관하고 묵인하는 사회적 기조가 문제"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이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말할 수 있게 조성이 돼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문화는 방어보다 방관하는 문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예를 들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를 보면 도와주는 것이 맞지만 실제로 끼어들지 않는다"며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폭력 ⓒ게티 이미지뱅크

여기에 학생이라는 이유로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은 학교폭력의 반복성을 키우고 있다.


실제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사이버 폭력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피해를 겪은 아이의 18.8%는 학교폭력 신고 이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가해 학생의 21.5%도 학교폭력을 저질렀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 이후 처벌이 학교폭력의 위험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이다.


법무법인 사월 노윤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과의 분리와 사후조치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분리되는 경우가 적다"며 "사회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공간 안에 8시간 있는 경우가 없듯이 분리와 사후 조치가 되지 않으면 학교폭력은 재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제 전학 조치를 제외하면 대부분 특별교육 이수 정도에 그친다"며 "이마저도 학교에 특별교육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지 않다며 짧은 시간 교육 이수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인력의 부족도 학교 현장에서의 인력난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학교폭력 전담 교사를 한 명씩 두고 있다. 문제는 학교폭력 전담 교사는 담임의 업무와 교과목 업무를 수행하면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 관련 업무까지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본연의 업무가 아닌 과외의 일, 잡무라는 인식이 강하니 1년 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학교폭력 전담 교사를 맡길 수 밖에 없고 의무 연수 외에는 전문성을 배가할 기회와 방법은 전무한 형편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해마다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적어도 20건"이라며 "기본 업무에 자잘한 학교폭력 사건부터 큰 학교폭력 사건까지 맡다 보니 모두가 기피하는 직무"라고 토로했다.


A씨는 특히 "대부분 1년 마다 돌아가며 업무를 맡기 때문에 사후 관리가 어렵다"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아이들 상담과 학부모 상담 업무까지 맡게 돼 본 업무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의 고충을 듣는 상담교사 B씨는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앞서 학교폭력 전담 교사의 상담 후 상담 교사의 상담이 시작된다"며 "그러나 교사들은 의무 연수만을 듣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B씨는 "최근 학교폭력이 번지는 양상을 보면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진다"며 "교원 연수는 이런 다양한 형태를 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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