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이 밝힌 '소이(小異)', 배경엔 김종인?
입력 2021.07.28 15:42
수정 2021.07.28 16:05
李·金, 尹 놓고 경선 구상 달라
"8월 내 입당" vs "추후 단일화"
4·7 보선서 보여준 호흡 미지수
진중권 "킹메이커가 둘…尹이 최종 결단 내릴 것"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확한 국민의힘 입당 시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론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지난주 치맥 회동 후 언급한 '대동소이(大同小異·크게 같고 작게 다르다)'에서 '소이(小異)'의 배경에 김 전 위원장이 있다는 평가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최근 자신의 대선 캠프를 재정비하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한 것을 계기로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이 의기투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윤 전 총장 캠프에 가세한 인사들이 김종인 체제가 종료된 이후에도 김 전 위원장과 직간접적인 소통을 해왔다고 밝힌 점에 미뤄 볼 때, 캠프 합류 결정에 김 전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대선을 앞둔 야권의 커다란 한 축인 이준석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케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이다. 특히 차기 대선을 이끌게 된 이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대선 경선 플랜과 김 전 위원장이 구상하는 전략이 다르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준석 대표는 전당대회 때부터 줄곧 8월 이전 제1야당 '국민의힘'의 플랫폼에 야권의 모든 대선 주자가 모아 경선 버스를 출발시키겠다는 '비빔밥론'을 강조해온 바 있다.
당대표 선출 이후 윤 전 총장을 비롯해 당 외부에 머무르고 있는 주자들을 향해 계속해서 빠른 입당을 촉구하는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문제에도 전력을 기울인 이유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에 타지 않고 외부 행보를 이어가다 추후 단일화를 노려야 한다는 뜻을 주장하고 있다.
각자 구상하고 있는 대선 플랜이 큰 줄기에서 엇갈리기에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지난 4·7 재보궐선거 승리를 이끌었을 때처럼 호흡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막후에서 '11월 이후 단일화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경우 윤 전 총장이 흔들릴 수 있어, 이 대표의 경선 플랜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보수층의 노선 2개가 정리가 안 된채 존재하는 것 같다"며 "이준석 대표는 대선주자들을 다 끌어들여 당내 경선을 치르겠다고 하는데 당대표로서 당연한 것이고 개인으로서도 당연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진 전 교수는 "김 전 위원장 생각은 국민의힘 따로 가고 윤 전 총장은 밖에서 중도층을 끌고 가는 그 역할을 해내라는 것으로, 그래서 11월쯤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하게 되면 엄청난 흥행성이 있고, 그 기세대로 가면 대선이 쉽게 넘어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따라서 정치권의 촉각은 윤 전 총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빠른 시간 내에 김 전 위원장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예고한 만큼, 회동 이후 어떤 노선을 택할지에 야권의 대선 경선 구도의 큰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과의 접점을 강조하며 입당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전 총장을 만났을 때 '대동소이'를 말한 것처럼 공유하는 부분이 95%이고 다소간 이견이 있는 부분이 5% 정도이다. 지지자 간에도 다른 점이 부각되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라 말했다.
지난주 맥주회동 이후 윤 전 총장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발표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일요일의 회동이 월요일, 화요일을 거치며 이제 오늘부터 여론조사 결과로 반영될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당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것이라 바라봤다.
진 전 교수는 "야권에 킹메이커가 둘이라고 해야 된다"며 "아직 그들이 혼재가 되지 않았고, 윤 전 총장이 김 전 위원장을 만나고 나서 최종 결단을 내릴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