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최재형, 본격 신경전 양상…야권 전체로 번지나
입력 2021.07.27 13:54
수정 2021.07.27 13:57
아직 입당 안한 윤석열 대선 캠프에
국민의힘 소속 인사 합류가 도화선
야권 전체서 찬반 의견 대립 팽팽해
내홍 비화 경계 목소리…"아픈 경험 되새겨야"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군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에 당 소속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합류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윤 전 총장과 달리 일찌감치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 총괄상황실장인 김영우 전 의원은 27일 국민의힘 현직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윤 전 총장 캠프 합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전현직 의원들이 윤석열 캠프 조직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옳지 않은 일로 순서가 완전히 바뀐 것"이라며 "정치에는 최소한의 원칙과 기준이라는 게 있다. 윤 전 총장이 입당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캠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 김 전 의원은 "선거는 세불리기 아닌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세는 우리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과욕에서 나왔다는 생각"이라며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철학을 같이 한다는 말을 한지 벌써 한달도 훨씬 넘었는데도 입당을 안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 입당은 환영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 강조했다.
반면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 인사들의 캠프 합류가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부산북항터미널을 찾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신의 캠프 합류 인사들에 대한 징계 검토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당외 인사 캠프에 당 관계자들이 관여하게 되면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지만,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준석 체제 직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비대위원을 지냈다가 윤 전 총장 측에 합류에 논란을 빚은 당사자인 김병민 윤석열 캠프 대변인도 이날 "경쟁구도에 있는 당내 후보들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여러 의견이 합치돼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한다. 어려울 것"이라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각자 캠프의 진용을 갖추고 경쟁에 뛰어들면서 상대방을 향한 비판과 견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각종 여론조사들에서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이들의 기싸움이 당 안팎으로 확대되는 조짐이 엿보인다. 윤 전 총장 캠프 합류를 옹호하는 갈래와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갈래로 나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결국 한 식구가 곧 될텐데, 그쪽으로 가서 도운 사람을 징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까"라며 "우리 당에 10명 넘게 경쟁자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게 징계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윤희숙 의원도 '원팀론'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을 옹호했다. 원 지사는 "당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정권교체에 힘을 합칠 사람은 적이 아니라 동지다. 윤 전 총장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비판하면 그게 자가당착"이라고 강조했고, 윤 의원 또한 "이에 반발해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인 하태경 의원은 "(윤석열 캠프 합류) 당사자들은 어차피 입당할 것이니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당 정치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며 "아무리 입당 교섭이 진행 중이라지만 윤 전 총장은 오늘 현재 무소속이다. 윤 전 총장을 위해서라도 입당이 확정된 연후에 합류하는 게 옳았을 것"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중차대한 시국에 '해당행위냐 아니냐, 징계를 하냐 마냐' 우리끼리 논쟁을 벌이게 된 것은 여러모로 전력손실"이라며 "당사자들이 유감 표명과 당직 자진사퇴로 결자해지하고 수습하는 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신경전이 자칫 야권 전체의 내홍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태호 의원은 "친윤석열계·친최재형계 등 마치 당이 또 다시 계파로 분열되는 듯한 징후들이 보도되고 있다. 심히 우려스러우며, 친이·친박 계파갈등으로 망한 경험을 아프게 되새겨야 할 것"이라며 "계파갈등의 쓰라린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또 계파논란에 휩싸여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의원 줄세우기로 비춰지면 국민들도 눈살을 찌푸릴 것"이라며 "당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을 적극 강구해주기 바란다. 친이·친박 계파갈등으로 보수가 침몰했다는 아픈 경험을 새겨야 할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