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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헬로스테이지] 낯선 ‘비틀쥬스’의 세계, 낯설지 않은 유쾌함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7.28 08:42 수정 2021.07.28 10:04

8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비틀쥬스에 정성화·유준상 더블 캐스팅

브로드웨이 대작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CJ ENM

어느 날 갑자기 거실의 싱크홀에 빠져 유명을 달리해 ‘신참’ 유령 부부가 된 아담과 바난 바라, 빈집이 된 그 곳을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찰스와 그의 겁 없는 10대 딸 리디아, 찰스와 결혼을 꿈꾸는 긍정 전도사 델리아,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선 비틀쥬스. 등장인물들의 면면부터 예상을 뛰어 넘는다.


지난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연 뮤지컬 ‘비틀쥬스’는 관객들을 낯선 세계로 안내한다. 뮤지컬은 원작 영화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스토리의 초점을 달리해 ‘리디아의 여정’을 중심에 둔다.


98억년 동안 인간들을 겁주며 살아온 비틀쥬스는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 한 채, 유령 친구를 만들기 위해 벌이는 일들로부터 시작한다. “난 VIP석과 R석 사이에 낀 시야 제한석 같은 존재”라며 관객들을 수시로 극으로 끌어들이는 비틀쥬스의 세계에선 세트가 접혔다 펼쳐지기를 반복하고, 거대한 퍼펫이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극의 소품은 하늘에서 ‘툭’ 떨어지기도, 땅(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솟아오르기도 한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대 위에서 현실이 되면서 오는 쾌감은 끝내주는 놀이기구를 탄 듯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안긴다.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놀이공원’이 되는 듯 하다.


ⓒCJ ENM

당초 개막을 두 차례나 연기한 탓에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 무대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마술이 안전을 위해 철저히 약속된 타이밍과 위치 등에 따라 움직이 듯 ‘비틀쥬스’ 역시 마찬가지다. 수시로 변하는 무대와 장치, 별안간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수많은 유령들, 그리고 하드캐리하는 비틀쥬스까지 모두가 촘촘하게 짜인 ‘약속’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마술과도 같다.


이 약속이 잘 지켜졌을 때 비로소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 된다. 비틀쥬스를 연기하는 정성화는 “극적인 장치에 의해서 관객을 웃길 수 있어야 한다”며 진보된 코미디에 대해 말한 것처럼 말이다. 또 그는 배우들도 약속된 하나의 장치와도 같다고 말한다.


정성화는 무대 위의 장치들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애드리브 같은 약속된 대사를 통해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하고, 때로는 악동 같이, 또 친근한 공감을 끌어내는 친구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기괴한 악동이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비틀쥬스는 정성화를 통해 비로소 완벽해진다.


낯선 비틀쥬스의 세계가 낯설지 않은 유쾌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건, 작품의 현지화 전략 덕분이기도 하다. 이국적인 원작이 한국 문화에 어울릴 수 있도록 수차례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B급 유머를 시작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낯선 직업과 대사들을 친근한 것들로 바꾼 점도 인상적이다. ‘비틀쥬스’는 8월 8일까지 공연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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