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발언' 후폭풍…이재명·김두관 vs 이낙연·정세균, 영·호남 전선 구축
입력 2021.07.26 12:01
수정 2021.07.26 12:01
호남 이낙연·정세균 "이재명, 호남 후보 확장성 문제 삼아
가볍고 부도덕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 맹비난
영남 이재명·김두관 "지역주의 조장 발언 안 했다" 진화
커지는 우려 목소리…송영길 "지역주의 논란, 매우 유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판이 '지역주의 망령'에 휩싸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백제 발언'을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호남 후보 불가론'을 주장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호남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영남 출신 김두관 의원이 '백제 발언' 공방전에 가세하면서, '영남 대 호남' 전선이 구축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지역주의 논란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2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 전 대표를 만났을 때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며 "당시에 이 전 대표가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고 계셔서 이분이 나가서 이긴다면 역사(歷史)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후로 지지율이 많이 바뀌어 버렸고 지금은 제일 중요한 게 확장력"이라며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 받을 수 있는 후보가 저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자 호남 출신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지사가)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 '영남 역차별' 발언을 잇는 중대한 실언"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캠프의 배재정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우며 국민 화합에 힘쓸 때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은 호남', '호남 불가론'을 내세우는 것인가"라고 했다.
정 전 총리도 이 지사를 향해 "도대체 경선판을 어디까지 진흙탕으로 몰고 가는 것인가"라며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 역사인식이며, 정치적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사실상 일베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당내 유일한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의 김두관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을 두둔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인터뷰에서 저는 실력, 신뢰, 청렴을 인정받아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제가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이 후보님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지사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도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훼손하는 망국적 지역주의를 이낙연 캠프가 꺼내 들어 지지율 반전을 노리다니,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이 전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와 캠프 인사들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앞뒤를 보니 이재명 후보 인터뷰는 그런 의도가 아닌 게 분명하다"며 "이낙연·정세균 후보는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군필원팀' 사진보다 더 심한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같은 영남 출신인 이 지사가 민주당의 전통적인 대선 전략(영남 후보를 공천해 호남 몰표를 받고, 영남 일부 표를 가져오는 것)을 거론하는 게 본인에게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최근 장애로 군 면제를 받은 이 후보가 빠진 '군필원팀' 사진이 돌았을 때에도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변호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에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백제 발언' 충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후보들 간에 지역주의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다시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이날 각 캠프 총괄선대본부장과의 연석회의를 열고 "지역주의 논란은 그 경위가 어떠하든 간에 그 상호 공방 자체만으로도 매우 퇴행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