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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소설 아닌 시(詩)를 스크린으로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7.22 08:51
수정 2021.07.22 14:06

'생각의 여름' 8월 12일 개봉

김종재 감독 "시낭송 목소리가 중심, 영상은 서포트 느낌으로 연출"

출판사 "현대시, 파급력 적어 관심 유도는 글쎄…"

오랜만에 시(時)를 활용한 영화가 극장가를 두드린다. 이야기가 이미 완성된 소설이나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빈번하나, 느낌이나 생각을 함축적으로 드러낸 시가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꾸준히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돼 호평 받아 개봉을 앞둔 '생각의 여름'은 황인찬 시인의 5편의 시가 내러티브의 핵심 테마로 사용됐다.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제출한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김예은 분)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기행을 담은 작품이다.


황인찬 시인이 2012년 출간한 '구관조 씻기기', 2015년 '희지의 세계', 2019년 '사랑을 위한 되풀이'에 수록된 5편의 시가 등장한다. 황인찬 시인은 방송과 팟캐스트 등 여러 매체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해 일명 '문단의 아이돌'이라 불린다.2020년 제66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종재 감독은 평소 황인찬 시인의 시를 평소에 좋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 함축된 언어로 구성된 황인찬 시인의 시를 '생각의 여름'에 가져오면서 신경써야 할 점도 달라졌다. 김 감독은 "시인의 시를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시낭송의 목소리들이 중심이 되고 영상은 이를 서포트 해주는 느낌으로 최대한 시에 집중되도록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밝혔다.



시를 소재로 이용한 영화는 앞서도 존재한다.


박철수 감독의 '301 302'는 장정일 시인의 '요리사와 단식가'라는 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박신양과 故 최진실이 주연을 맡은 이정국 감독의 영화 '편지'에서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가 등장했다. 뇌종양으로 죽어가는 남편 환유(박신양 분)의 부탁으로 아내 정인(최진실 분)은 '즐거운 편지'를 읽어내려간다. 시를 다 읽기 전 환유는 눈을 감지만 정인은 끝까지 낭송하며 죽음도 막지 못한 초월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 시인의 삶을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빛나던 청춘을 담은 영화로 '서시', '별헤는 밤', '자화상' 등 윤동주 시인의 시 15편이 실렸다. 영화 중간에는 내레이션을 넣어 윤동주의 상황과 내면을 시와 연결시켰다.


특히 수용소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윤동주의 모습 위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서시'가 흘러나왔다.


언제나 새로운 소재에 갈증을 느끼는 영화 업계에서는 꾸준한 시도를 높이 사고 있는 분위기다. 한 영화 관계자는 "시가 여러 장르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도전한다면 새로운 영역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미디어로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출판 업계에서는 시와 영화의 결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민음사 관계자는 "시를 활용한 영화가 자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류로 읽기에는 이르다"라면서 "시나 시인의 인지도, 방향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확실히 주목도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시같은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고 파급력이 적기 때문에 영화가 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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