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더 차분하고, 깊어진 ‘조성윤’의 조나단
입력 2021.07.18 10:00
수정 2021.07.18 16:19
'드라큘라' 8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초연에 이어 7년 만에 조나단 하커 역 출연
큰 키에 훈훈한 외모, 한 여자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결 같은 모습.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완벽’한 조건이다. 내달 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드라큘라’의 조나단 하커의 이야기다. 제 아무리 완벽한 캐릭터라도 어떤 배우에게 가느냐에 따라 그 무게감은 확연히 달라진다.
이번 조나단은 배우 조성윤과 백형훈이 나눠 연기하고 있다. 그중 조성윤의 조나단은 조금 더 차분하고, 섬세하다. 2014년, 한 차례 ‘드라큘라’ 초연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던 터라 스스로도 조금 더 차분해진 조나단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드라큘라의 날카롭고 섹시한 매력과 대비를 이루면서 다정하고 섬세한 그의 조나단이 더 돋보인다.
“7년 만이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워낙 관심이 갔던 작품이기 때문에 매 시즌 ‘드라큘라’가 올라갈 때마다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동안 기회가 없다가 이번 시즌에서 마침 제안이 들어와 흔쾌히 참여하게 됐어요. 작품 속의 캐릭터는 7년 전 그대로인데 저만 7년의 시간을 느끼는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웃음). 나름대로 새롭고 다시 만나게 돼 반가운 느낌도 있습니다.”
7년 사이 조성윤은 또 다른 캐릭터로서 살아왔다. ‘지킬 앤 하이드’(2015)의 지킬·하이드로, ‘삼총사’(2016)의 아라미스로, ‘잭 더 리퍼’의 앤더슨으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토마스 위버로, ‘니진스키’(2019)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로 분했다. 또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MBC) ‘품위있는 그녀’(JTBC) 등에도 출연하면서 활동 범위도 넓혔다.
“7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저도 그 사이에 많은 캐릭터들을 만났고, 성장했고, 성숙해진 느낌이에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대본에 중점을 두고 캐릭터를 최대한 솔직담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표현하는 방식은 같지만 제가 받아들이는 감정의 깊이가 초연 때보다는 아주 조금 깊어진 느낌이에요.”
조나단 캐릭터를 위해 다이어트도 감행해야 했다. 뮤지컬은 연기력와 가창력은 물론, 보여지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의탈의 씬까지 있다. 조나단의 상의 탈의 씬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명장면(?)으로 꼽힐 정도로 관심을 받는 씬이기도 하다.
“캐스팅이 되고 나서 몸을 봤는데, 제 몸이 조금 슬퍼보이더라고요. 하하.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노력한 만큼은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다이어트였어요. 이 자리를 빌어 PT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웃음).”
오랜만에 참여하는 극이지만, 초연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김준수, 조정은 등의 배우들이 여전히 극에 참여하고 있던 터라 더 안정감이 느껴진다. 모두 7년의 세월동안 여러 무대를 통해 더 단단해졌고, 당연히 초연보다 감정의 깊이도 깊어졌다.
“정은 누나와는 초연 때 만나고, 이번에 미나로 또 만났어요. 어느 날 무대 옆에서 등장하기 전에 누나가 연기하는 미나를 보고 있었는데 7년 전과 그대로더라고요. 그런데 연기는 더욱 깊어진 것 같아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임혜영 누나와는 몇 해 전 ‘용의자X의 헌신’에서 호흡했던 경험이 있고요. 그래서인지 연습도 편했고, 조나단과 미나로 만나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죠. 처음 미나로 만난 (박)지연이는 너무 씩씩하고 경쾌해서 제가 기대고 의지하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준수는 오히려 7년 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에너지가 넘치더라고요. 똑같은 7년을 보냈는데 더 단단해지고, 에너지가 넘쳤어요. 준수를 보면서 자극도 받고, 스스로 반성도 했습니다.”
김준수를 보고 반성을 했다곤 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조나단 역시 무척 매력적이다. ‘드라큘라를 보러 갔다가 조나단에 빠져서 왔다’는 후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객들이 조나단에게 빠지는 결정적 이유는 울림이 있는 넘버다. 조나단의 메인 넘버라고도 할 수 있는 ‘Before The Summer Ends’는 그 섬세함이 절정에 달하는 넘버다.
“‘Before The Summer Ends’가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넘버에요. 아무래도 제 노래라서 더 그렇겠죠? 하하. 이 곡의 시적인 가사와 강한 듯 하지만, 부러질 것 같이 약하고, 섬세한 멜로디는 울림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2007년 데뷔해 벌써 14년차 뮤지컬 배우가 된 조성윤이, 무대 위에서 한결 같이 사랑을 받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건 그가 지키고자 하는 신념으로부터 비롯됐다. 흔히 ‘초심을 지키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실 이를 지키긴 쉽지 않다. 그러나 조성윤은 실제로 매 작품에 임하면서 이 마음가짐을 수차례 되새긴다.
“벌써 데뷔 14년이나 됐나요? 하하. 저는 ‘초심’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공연에 참여할 때 특별하게 거창한 목표를 두지 않아요. 그러나 매 작품마다 ‘초심’을 갖고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이번 작품도 초심을 새기고 임했습니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무대에 서고 싶어요. 연차가 쌓인 만큼,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이 제 자신에게도 중요하지만, 배우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선배로서의 도리인 것 같습니다.”
무대를 사랑하는 만큼, 코로나19는 더 뼈아팠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뮤지컬 배우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그의 목표가 됐다.
“다른 목표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하루 빨리 나아져서 일상을 되찾고 싶어요. 팬들과 공감 섞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당연하던 그 때의 일상이 지금 너무도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