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되는 CBDC 경쟁…비트코인도 삼킬까
입력 2021.07.13 12:34
수정 2021.07.13 12:35
암호화폐는 잠재적 위험요소…규제 확대 우려
美·中 CBDC 논의 급물살…韓도 기업 관심 높아
일각서 공존 가능성 제기…“상호보완 역할 기대”
한국과 미국, 중국 등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CBDC 안착을 위해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에 집중할 경우 상당한 가치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발주한 CBDC 모의실험에 SK㈜ C&C와 네이버, 카카오 등 쟁쟁한 블록체인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디지털 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한은의 모의실험은 최근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CBDC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직접 발행에 대해선 여전히 선을 긋는 모습이지만 각국의 CBDC 도입에 따른 대응에는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디지털 화폐 도입에 상당한 진전을 이뤄낸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국제결제은행(BIS) 같은 국제기구들과 디지털 달러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보스턴 연준과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이달 중 ‘디지털 달러 백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 위안화를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에 연동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CIPS는 중국이 지난 2015년 출범한 조직으로 97개국 1000여개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CBDC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잠재적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암호화폐 제재 역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 정부는 금융기업들과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지난 4월 ‘암호화폐 광풍’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현재는 올해 최고점 대비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CBDC의 도입은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도입하지 않겠다는 뜻과도 같기 때문에 가치 하락 전망에 좀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를 정부가 공인하지 않는 만큼 향후 지불수단으로서의 기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탈 중앙화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화폐로서의 기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각종 규제 도입으로 자산의 역할만 하게 될 경우 가치 상승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암호화폐의 자산으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중앙 통제형인 CBDC와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암호화폐가 서로 상호보완 관계로서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각국 정부가 CBDC의 발전을 위해 기존 암호화폐 규제에 나서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단기적으로는 가치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향후 사용자가 많아지게 되면 변동성이 낮아지고 지불수단으로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의 이번 모의실험은 총 49억6000만원의 비교적 소규모 사업으로 업계에서는 SK와 네이버 카카오가 3파전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