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사상 첫 중단’ 프로야구, 원칙은 없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1.07.12 21:55
수정 2021.07.13 09:51

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해 KBO리그 30경기 순연

시즌 초 만들었던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리그 중단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한 두산과 NC 봐주기 논란

2021 KBO리그 30경기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순연됐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프로야구가 결국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KBO는 7월 13일(화)부터 7월 18일(일)까지 편성된 2021 KBO리그 30경기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순연됐다고 12일 알렸다.


이날 오후 10개 구단이 참여한 긴급 이사회에서는 1군 선수의 확진 및 밀접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 비율이 각각 68%인 두산(확진 선수 2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7명, 코칭스태프 14명)과 64%인 NC(확진 선수 3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5명, 코칭스태프 10명)의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고 타 팀의 잔여경기 역시 형평성 문제로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근 전 사회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방역 당국의 감염병 확산 방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잔여 경기 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어찌 보면 리그 중단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부터 수도권은 사실상 셧다운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다.


이로 인해 프로스포츠는 향후 2주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워낙 거세지고 있어 2주 이후에도 다시 단계가 낮아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코로나19 위협 속에서 KBO 긴급 이사회의 선택은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원칙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긴장감 속에 한 시즌을 치른 KBO는 2021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 매뉴얼을 발표했다. 해당 매뉴얼은 10개 구단이 코로나19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약속과도 같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는 1군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리그 중단을 결정 할 수 있었지만 매뉴얼에 따르면 올 시즌에는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운영된다.


만약 구단에 확진자가 나와도 리그 중단 없이 2군 선수들로 리그를 치러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매뉴얼대로라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NC와 두산은 당연히 2군 선수들로 부족한 1군 엔트리를 채워 경기에 나섰어야 했다.


코로나가 걸리고 싶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구단도 방역과 선수단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긴급 이사회를 연 KBO. ⓒ 뉴시스

하지만 최종 선택은 리그 중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강팀 NC와 두산을 위한 결정이기 때문에 더욱 원칙을 어긴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두산과 NC는 긴급이사회 결정 이후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프로야구 팬 및 관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또한 이로 인해 KBO리그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 점에 대하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의 노력에 부족한 부분은 없었는지 보다 세심하게 살펴볼 것이며, 더욱 철저한 방역을 위해서 만전을 기하겠다”고 사과했다.


원칙을 어긴 끝에 KBO리그가 출범 40년 만에 초유의 시즌 중단이 됐는데, 단순 사과만으로는 형평성 논란을 덮기에 부족해 보인다.


한편, 순연된 경기는 13일부터 18일까지 편성된 KBO리그 전반기 잔여 경기(30경기)와 13일부터 21일까지 퓨처스리그 경기(35경기)다. KBO리그 해당 경기는 추후 편성되며 앞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즌 720경기를 정상 개최할 예정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