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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차별·희화화 멈춰 달라”…문화계에 요구되는 인권 감수성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06.18 09:22 수정 2021.06.19 09:52

ⓒ넷플릭스, SBS

최근 문화계 전반에서 인종차별, 희화화, 성차별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눈높이가 높아진 대중들이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창작자들에게도 한층 디테일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SBS 금요드라마 ‘펜트하우스3’에서는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배우 박은석이 연기한 알렉스 리의 레게머리, 문신 분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펜트하우스3’를 시청하던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흑인을 떠올리게 하는 분장을 과도하게 한 것은 그들의 문화를 희화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박은석은 자신의 틱톡 계정을 통해 영어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잘못된 접근에 대해 사과했다. 제작진 역시 “희화화의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시즌5까지 제작된 넷플릭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또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캐나다 시트콤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국내에서도 TV조선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스테레오 타입의 동양인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일부 캐릭터 묘사에 대한 지적들을 받았고, 특히 시리즈 마무리 소식이 알려진 이후 드라마 내 유일한 백인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 드라마가 제작된다고 알려지며 의혹이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시무 리우, 윤진희 등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프로듀서들 대부분이 백인이었고, 이에 동양인 캐릭터를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없었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리즈 초반에는 캐나다 사회 내에서는 소수인 한국계 이민자 가족이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다양성을 확보를 높이 평가받은 ‘김씨네 편의점’이지만, 이제는 시도만으로는 부족한 셈이다. 묘사부터 창작자의 자세 등 다양한 것들이 요구되고 있다. 배우진은 물론, 이를 접하는 시청자들도 다양해졌기에 더욱 섬세한 점검이 필요해진 것이다.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안들이 다시금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보는 이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 흐름에 대처하는 제작진들의 자세도 중요해졌다.


최근 국립발레단이 작품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장애인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자 이를 수정해 무대에 올렸다. 15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개막작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안무가 존 크랑코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으로 만든 2막짜리 발레극이다. 천방지축 카네리나와 결혼한 페트루키오가 아내를 길들이고자 밥을 굶기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이 장면에서 하인들이 페트루키오의 명령에 뇌성마비, 뇌 병변 환자 등 지체장애인 흉내를 내며 아내를 괴롭히고, 이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대가 변했으니 반영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고전이 만들어진 당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다양한 시선이 오고 갔으나, 국립발레단 측은 기자간담회 당시 “‘말괄량이 길들이기’ 저작권을 가진 존크랑코재단에 논란을 전달했다. 재단 측은 이런 논란을 이해하고 장애인 비하가 연상되는 부분의 안무를 변경해줬다. 국립발레단은 현재 변경된 안무를 연습 중”이라고 밝히며 변화를 수용했다.


반면 지난 2018년 방송된 tvN ‘윤식당2’는 오역이 뒤늦게 재조명됐으나 별다른 해명 없이 영상을 삭제해 더욱 큰 비난을 받았었다. 당시 서빙 하는 이서진을 본 한 외국인이 “여기 잘생긴 한국 남자가 있네”라고 말하는 내용이 자막으로 설명됐으나, 최근 네티즌들은 해당 외국인이 이서진에게 ‘게이’라고 말한 것이며 이는 전형적인 인종차별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발언을 그대로, 더욱이 외모 칭찬으로 포장해 내보낸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제는 서구에서도 우리나라 콘텐츠를 접하기도 하면서 문제가 생길 소지들이 많아졌다. 시선을 넓혀 세계적으로 어디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제는 하나하나 확인을 하고, 관련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많은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지적이 맞느냐 틀리냐를 떠나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논쟁하는 건 2차적이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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