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사실상 마지막 추경...'관료패싱' 정부 자존심 지킬까
입력 2021.06.17 15:29
수정 2021.06.17 20:39
초과 세수 바탕 2차 추경 6월 말 국회 제출 예정
홍 부총리, 일부 국채 상환 발언 지킬지 관심
“퇴임 이후 행보 위해서라도 오명 씻을 필요”
이달 말 2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제출이 예정된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 주도의 재정 지출 확장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018년 12월 10일 취임한 홍 부총리는 현재 대한민국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현재 기준 920일 재임 중인 그는 재정 책임자로서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의견을 펼쳐왔다.
취임 직후인 2019년 1월 증권거래세 인하 반대를 주장했다. 3월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놓고 정치권과 맞섰다. 지난해 1~4차 재난지원금,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재정준칙안 도입,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변경까지 여당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논란 당시에는 사표까지 냈다.
문제는 최종 결정에서 늘 정치권 요구에 눌려 자신의 소신을 굽혔다는 사실이다. 홍 부총리가 ‘9전 9패’했다는 말도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에 패배를 뜻하는 ‘백기(白旗)’를 가져와 ‘홍백기’란 별명이 생겼고 처음과 달리 마지막에 자신의 소신을 굽힌다는 의미를 담아 ‘홍두사미’란 조롱까지 듣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17일 현재 국가채무는 920조원을 넘어섰다. 공교롭게도 홍 부총리 재임 기간과 같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 재임 기간 가장 많은 재정이 뿌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 건전성 우려와 함께 확장 재정정책의 연속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한국은행마저 최근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920일 재임 동안 연전연패 해야 했던 홍 부총리에게 사실상 마지막 자존심 회복 기회가 이번 2차 추경이다. 스스로도 이미 초과 세수 일부는 추경이 아닌 국채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지출이 많았는데 돈이 더 들어왔다고 그것마저 다 쓰고 보자는 생각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세수가 더 들어왔으면 그걸 재정건정성 확보에 투입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홍 부총리 의견에 동의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하반기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보면서 향후 경제정책을 확장과 긴축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버블·붕괴,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는 정치 논리에 휘둘릴 게 아니라 시장을 보고 정책의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재정 당국 수장이 아닌 홍남기 개인의 향후 행보를 위해서라도 이번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년 6월 치르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홍 부총리의 강원도지사 출마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홍 부총리가 지방선거 출마 등 향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면 지금은 이미지 메이킹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며 “홍백기, 홍두사미와 같은 부정적 수식어를 지워낼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현금 살포성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홍 부총리가 이번에 보여줄 모습은 재정건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홍 부총리 자신에게도 중요한 이미지 각인 작업이 될 것”이라며 “정권의 남은 임기 등을 고려한다면 좀 더 자신 있게 부딪치는 것도 홍 부총리 본인에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