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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시장 뒤집을까”…수제맥주 열풍에 주류업계 긴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1.06.15 08:01
수정 2021.06.14 15:19

곰표맥주 대박 이후 수제맥주 출시 봇물 이뤄

‘종가세→종량세’ 전환…소비 흐름 바꾸는데 ‘기여’

전통 주류업계, 소비자 기호와 선택에 따른 문제

홈술 시장 확장 측면에 ‘긍정적’ 기여할 것 해석

노르디스크 맥주 연출 이미지ⓒGS리테일

여름철 성수기 맥주 시장을 두고 주류업계 빅 3업체(오비, 하이트, 롯데)와 편의점 수제맥주가 격돌한다. 지난해 출시된 곰표 밀맥주가 1년이 넘도록 완판 행진을 지속하자 각 편의점 채널들도 단독으로 각 사만의 전용 수제맥주 출시를 본격화 하면서 수요 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올 뉴 카스+한맥), 하이트진로(테라), 롯데칠성음료(클라우드 생 드래프트)는 여름 성수기 시장 공략을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수제맥주도 역습을 시도하며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편의점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해 5월 출시된 곰표 밀맥주를 시작으로 업계에서는 다양한 협업 수제맥주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CU의 곰표 밀맥주가 지난해 출시 이후 품절 대란을 겪는 등 인기를 끌자 수요 잡기에 본격 나선 모습이다.


GS25는 곰표 밀맥주 수요를 사로 잡기 위해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한 ‘노르디스크맥주’를 출시했다. 생산은 오비맥주에서 새롭게 출범한 KBC가 맡았다. KBC는 이번 신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제품을 지속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세븐일레븐도 장수 껌 브랜드인 ‘쥬시후레쉬’와 손잡고 ‘쥬시후레쉬맥주’를, ‘유동골뱅이’의 패키지를 활용한 ‘유동골뱅이맥주’를 선보인 바 있다. 이마트24는 신세계 그룹 야구팀 SSG랜더스와 연계한 맥주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예년 같으면 주류업계 빅3가 신제품을 출시하며 여름철 맥주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제맥주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수제맥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 이뤄진 주세법 개정의 덕이 컸다. 맥주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가격(종가세)에서 용량(종량세)으로 바뀌며 수제맥주 출고가가 낮아졌다. 일반맥주에 비해 생산 단가가 높았던 수제맥주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대기업의 과점 체제가 공고한 맥주 시장에 소규모 사업자가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수제맥주 업체들은 새로운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종업체 간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다양한 제품이 연일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은 전통 맥주 시장과의 규모의 격차를 줄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소비의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을 했다는 점에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홈술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어 주류 3사도 수제맥주 시장의 인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다양한 국산 맥주들이 판매되고 있다. ⓒ뉴시스

주류업계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요를 뺏기는 것이 아닌 시장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면 자연히 홈술 시장 역시 커지고, 소비자 선택지가 늘어날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대형 주류사에서 내세우는 맥주는, 맥주 본연의 맛과 탄산의 청량감이 특징적"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맥주는 다양한 음식과 어울리도록 함은 물론, 가정 채널부터 유흥채널, 또 20대부터 노년층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수제 맥주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제 맥주는 대부분 에일 맥주로 다양한 맛과 특색이 있어 골라 마실 수 있는 재미요소가 있지만 특유의 강한 맛과 향으로 오래 마시거나 음식과 즐기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다"며 “새로움과 도전에 흥미를 느끼는 MZ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로 개성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류 빅3 업체는 일찌감치 올 여름 성수기를 공략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통상 여름철에 맥주 판매량이 비수기 대비 20~30% 늘어난다. 수제맥주는 편의점 채널을 기본으로 판매하지만, 전통 주류 업체는 유흥 시장 등 다양한 채널을 중심으로 폭넓게 공략한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자사 대표 맥주 브랜드 ‘카스’를 투명병에 담는 파격 리뉴얼을 단행했다.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투명병으로 ‘맥주=갈색병’ 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 부수는 한편, 카스 브랜드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올 초에는 ‘한맥’이라는 신제품도 선보인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출시 2주년을 맞은 테라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맥주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1위 탈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필라이트를 활용한 캐릭터 마케팅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출시한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와 올해 패키지를 새단장한 클라우드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롯데칠성음료는 방탄소년단(BTS)를 모델로 기용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카스와 테라 등 기성 맥주의 경우 홈술 트렌드와 상관없이 기존 맥주 시장의 고정 소비자들이 주 타깃이 되는 반면, ‘이종 브랜드 협업’을 중심으로 한 수제맥주는 색다른 홈술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찾으려는 소비자들이 타깃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로 외식유흥 시장이 축소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편의점 등을 통해 수제맥주를 골라 소비하고 있는데, 현재 수제맥주 제품들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르겠지만, 젊은 세대들의 홈술 재미를 확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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