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등장에 친조국 부글부글…“기회주의 난닝구”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1.06.10 01:19
수정 2021.06.09 23:35

경선 앞두고 언론과 전격 인터뷰

현 정부와 민주당에 거침없는 독설

여권 전략통 향후 행보에 정치권 관심

이재명 지원설엔 "본선 승리에 힘 모아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등장에 정치권이 술렁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귀국한 데 이어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실상 정치활동 재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고 21대 총선 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어낸 전략가로 꼽히는 만큼, 차기 대선에서도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동아일보> 인터뷰에 나선 양 전 원장은 현 정국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민주당 위기의 시작을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이라고 꼽은 그는 “민주당의 오만함과 무례함에 말 없는 많은 시민들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자각을 잊고 마이너리즘에 못 벗어난 사람도 많다”며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도 비관적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위기극복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지만 청와대와 내각의 참모진은 최선에 이르지 못했다. 능숙한 아마추어가 너무 많았다”며 그 한계도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 정부와 어쩔 수 없이 각을 세워야 하는 민주당 내 미래권력들이 유심히 봐야 할 지점”이라고 받아들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 전 원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원할 것이란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 지사와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지사 견제 차원에서 제기된 ‘친문 제3 후보론’에 대해 “웃기는 얘기”라고 치부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다만 캠프에 직접 참여하거나 활동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후문이다.


실제 양 전 원장은 “당내 경선에 문심 논란 같은 게 생겨서는 안 된다”며 “나중에 후보가 되는 분을 중심으로 본선에서 승리하도록 힘을 모으는 게 지혜로운 태도일 것”이라고 했다. 경선을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된 뒤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양 전 원장은 “후보 선출 이후 뭘 도와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친조국 강력 반발 “조국은 반대했는데 양정철이 윤석열 추천”

하지만 이른바 ‘친조국’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한 인물로 양 전 원장을 지목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고 한 것을 두고 윤 전 총장과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양 전 원장이 21대 총선 당시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주도하며 시작된 열린민주당과의 불화도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남들은 몸에 칼을 맞으며 맞짱 뜨고 있을 때 단 한 번도 자기 몸을 던져가며 싸우지 않고 뒤에서 세력 판도, 전략 같은 말장난으로 치장한 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계산기만 두드리던 눈치 100단 기회주의 민주당 난닝구 모습”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나꼼수 출신 방송인 김용민 씨도 “조 전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을 추천해 결국 검찰총장에 앉히도록 뒷받침한 당사자가 양정철”이라며 “조 전 장관에게 가장 미안해야 할 사람이 양정철”이라고 했다. “양정철의 조국 비난은 가장 비열한 선거철 구직활동”이라고도 했다.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풀 메이크업하고 보수언론 인터뷰를 한 이유가 뭐냐” “어느 캠프를 가도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칼에 찔리고 베인 상처가 터져버리지 않도록 펜으로 꿰맸을 뿐”이라며 “‘조국의 시간’은 정치가 아니라 기록이고 책략이 아니라 토로”라고 적었다. 직접 호명한 것은 아니지만 우회적으로 양 전 원장의 말을 반박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정계성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