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검사 출신' 김오수, 박범계에 반기…'윤석열 시즌2' 예고편?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6.08 17:38
수정 2021.06.08 18:10

임명 7일만에 직제개편안 공식 반대…박범계 "상당히 세네" 불쾌

'친정권' '패싱' 논란에 위태로워진 신망…검찰 장악 위해 내부 불만 진정시키고 대변에 나서나

법조계 "검사로서의 정체성 강해…정권의 꼭두각시 역할만 할 것이란 기대는 오산"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방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검찰 직제개편안 관련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검찰권 통제'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김 총장이 임명 일주일 만에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정권과 검찰이 정면충돌 하는 이른바 '제2의 윤석열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은 8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법무부의 검찰 직제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검은 이어 "특히 장관 수사 승인 부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형사부 직접수사에 대한 검찰총장 승인 등의 통제방안은 대검 예규나 지침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소식을 접한 박 장관은 "(반발이) 상당히 세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 총장이 박 장관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총장은 지난 3일 검찰 인사를 앞두고 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 직접수사 제한에 반대하고 일부 논란의 인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를 마치고 나온 박 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고 말한 반면, 김 총장은 "열심히 의견도 드리고 설명도 했지만 저로서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박 장관과의 불협화음을 시사했다.


그 직후 단행된 고위간부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지검장 등 논란의 친정권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자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 패싱' 논란이 확산됐다. 가뜩이나 '친정권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김 총장의 신망이 더욱 위태로워진 대목이다.


이에 김 총장은 직제개편안에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표출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는 검찰 내부 불만을 진정 시키고, 박 장관에게는 조직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김 후보자는 친정부 인사로 평가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검찰 출신인 만큼 검사로서의 정체성 또한 강하다고 볼 수 있다"며 "총장으로서 검찰 조직을 통솔하려면 검찰 내부의 불만을 모른 척 할 수도 없기에 무조건 정권의 뜻에만 따르기는 쉽지 않은 입장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고 부르던 윤석열 전 총장이 정권과 맞붙은 전례가 있다"며 "국가적 법 집행을 결정하는 위치까지 오른 인물이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만 할 것이란 기대는 오산"이라고 전망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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