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행사건' 택시기사, 폭행영상 삭제 정황 포착
입력 2021.06.03 21:09
수정 2021.06.03 22:01
블랙박스 영상 휴대전화 촬영본 삭제 행위 '증거인멸' 인정 될 수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폭행 사건 피해자인 택시 기사가 폭행 영상을 삭제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과 관련자 조사 등을 거쳐 택시 기사 A씨가 블랙박스 영상 휴대전화 촬영본을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앞서 A씨는 폭행 사건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한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추출한 뒤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저장했다.
이어 8일 이 차관은 A씨에게 연락해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네고 '폭행 영상을 지우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인 9일 서초경찰서의 1차 조사에 출석한 A씨는 "블랙박스 업체에 방문해 영상 복원을 시도했으나 (폭행)영상은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블랙박스 업체와 접촉해 영상의 존재를 확인했다. 11일 이어진 추가 조사에서 경찰이 영상의 존재를 추궁하자 A씨는 그제야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한 30초 분량의 폭행 영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담당 수사관은 영상을 보고도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한 뒤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내사 종결했다. A씨는 경찰에 항의하거나 추가 조사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후 A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이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A씨가 이 차관의 요청에 따라 영상을 삭제한 것이라면 증거인멸 행위로 형사입건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휴대 전화로 촬영한 영상이라도 원본에 준하는 주요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차관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A씨에게 준 1000만원은 합의금일뿐 폭행영상 삭제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휴대폰에 저장된)폭행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뿐,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당시 택시 기사는 이 요청에 대해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뭐하러 지우냐'는 취지로 거절했다
"며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은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이 전 차관의 사표를 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