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42년형 선고에 엇갈린 반응…"범죄집단 동의 못해" vs "감형 아쉽다"
입력 2021.06.01 18:22
수정 2021.06.01 19:03
조주빈 아버지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회적 공분 잠재우기 위해 만들어진 범죄"
여성단체 "감형 아쉽다…n번방 관련 가해자 엄벌해야"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항소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 받은 가운데, 조씨 측과 피해자 측 모두 각각의 이유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씨 아버지는 '범죄집단조직죄'를 유죄로 인정한 판결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여성단체는 1심보다 3년 감형된 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부장판사)는 1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범죄단체조직·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조씨 아버지 "피해자께 죽을 때까지 사죄…범죄단체조직죄는 인정할 수 없다"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조씨의 아버지는 취재진을 만나 "아들 문제로 피해자분들과 사회에 큰 파장을 드려 아버지로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어 "(조씨가) 지은 죄는 처벌받아야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인정한 범죄단체조직죄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이끼리 범죄집단을 만들 수는 없다. 사회 공분을 잠재우기 위해 만들어진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분들에겐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피해를 회복 시켜드리고자 노력하고 사죄할 것"이라며 "성 관련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해 무기징역, 사형이 내려지더라도 상응한 벌이라면 받아야 하겠지만 범죄집단죄를 적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씨의 변호인은 "사이버성범죄에서 범죄단체조직죄를 따지는 첫 사례다 보니 법원과 변호인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변호인 측은 (박사방을) 범죄 집단이나 조직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씨 변호인은 상고 가능성에 대해 "피고와 피고 가족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디지털성범죄 가볍게 보지 않도록 확실한 처벌 필요"
반면, 피해자지원단체는 선고가 끝난 직후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심보다 3년 감형된 판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앞으로 박사방 관련 공판에서 엄벌해줄 것을 법원에 요구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은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1000여명을 수사했고 이중 149명이 공무원이었다"며 "가해자들이 유별난 괴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의 있는 누군가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어 "n번방 피해자가 모두 여성인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 신체를 대상화하는 문화가 쉽게 용인되는 성차별적 구조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판결이 조씨 엄벌에 그치지 않고 성차별적 문화가 근절되는 시작점이 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대위 소속 유영 활동가는 "형량이 감형돼 다소 아쉬웠지만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유사 사건에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텔레그램 성범죄 피해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고, 추가 피해가 계속 양산돼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한다"며 "누구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확실한 처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씨는 지난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과 성인 17명으로부터 협박 등 방법으로 성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배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