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 트블·XM3 수출에 사활 걸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6.01 06:00 수정 2021.05.31 16:03

미국·유럽 수요 확대로 일제히 2교대 전환

내수 부진에 신차효과도 기대 못해…수출만이 살길

노조 리스크가 걸림돌…파업시 공급 신뢰성에 치명타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히트작이었던 트레일블레이저와 XM3의 수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크게 부진한데다, 볼륨 차급(수요가 많은 차급) 신차 출시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 수출로 만회해야 하는 형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전날부터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을 2교대 체제로 전환하고 가동률을 100%로 높였다.


부평 1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지난 4월 19~23일 완전히 문을 닫았다가 이후 1교대 체제로 50%의 가동률로 운영해 왔다.


부평 1공장에서는 생산차질 이전 월 2만대가량을 생산했었으나 5월 생산은 그 절반에 불과했던 만큼 산술적으로 1만대 가량의 수출 물량이 밀려있는 셈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수출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던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2교대 체제 전환을 계기로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역시 ‘르노 뉴 아르카나(New ARKANA)’로 수출되는 XM3의 유럽 시장 판매를 본격 확대함에 따라 이날부터 부산공장의 2교대 체제 전환에 돌입한다.


르노삼성은 지난 3월 초부터 생산수요 부족으로 1교대 체제로 운영돼 왔으며, 지난달 초에는 노동조합의 무기한 파업 돌입에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서며 추가적인 가동 차질이 빚어졌다. 희망자들만 조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1교대 정상가동에 비해서도 30%가량 낮은 수준의 생산량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XM3 판매지역을 기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에서 28개 국가로 확대하는 한편, 엔진 라인업도 1.3 가솔린 직분사 터보 모델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서 생산을 크게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2교대 전환에 나선 것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올해 트레일블레이저와 XM3의 수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형편이다. 내수 판매 부진이 심각한데다,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국GM의 누적 내수 판매는 2만282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은 무려 40.0%나 감소한 1만859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실적은 고가의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2만7652대)와 BMW(2만3502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수 판매를 견인할 볼륨 차급에서의 신차 출시 계획도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GM은 올해 전기차 볼트 EV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과 SUV형 전기차 볼트 EUV 등 신차 4종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모두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수입 판매하는데다 시장 규모도 한정된 차종들이다.


르노삼성은 주력 모델들이 모두 지난해까지 페이스리프트까지 마친 상태라 올해는 신차 출시계획이 전무하다. 판매량 확대를 기대하기보다는 기존 차종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신차 효과 희석에 따른 판매 감소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다.


내수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출이라도 버텨줘야 생존이 가능한 게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처한 상황이다.


문제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과 맞물린 노조 리스크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파업 등으로 수출물량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두 회사 모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생산차질에 따른 피해 뿐 아니라 르노그룹 및 GM 본사로부터 안정적 공급에 대한 신뢰를 잃어 향후 물량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우려가 크다.


르노삼성의 경우 사측의 직장폐쇄 철회 방침에도 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천·창원 정비사업소 폐쇄 철회 등 2020년도분 임단협 요구사항 수용을 압박하며 파업을 이어나갈 태세다.


한국GM은 지난달 27일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협상(임협) 교섭에 착수한 가운데,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공동요구안대로 9만9000원의 월 기본급 인상과 1000만원 수준의 일시금(성과급+격려금)을 지급해달라는 올해 임협 요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사측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가운데 올해도 생산차질 등으로 흑자전환이 힘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임금 인상과 거액의 일시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기에 정년연장 이슈까지 더해지며 노사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 교섭이 시작되고 양측간 입장차가 확인되면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해 파업 사전절차부터 마련해 놓는 양상이 매년 반복돼 왔다”면서 “올해처럼 회사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 노사가 화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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