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사상 첫 국내선 점유율 7할…“실적엔 도움 안됐다”
입력 2021.05.29 06:01
수정 2021.05.28 16:05
늘어난 국내선 수요에 국제선 기재까지 투입한 결과
낮은 수익성에 출혈경쟁까지…“오히려 적자만 확대”
저비용항공사(LCC)가 사상 첫 1분기 국내선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며 영향력 확대에 성공했지만 실적에는 큰 도움이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LCC 부진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제선 수요 단절에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질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선의 경우 최근 신규 사업자의 등장과 지속된 출혈경쟁 여파로 적자폭만 확대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CC들의 1분기 국내선 점유율은 74.2%로 전년 동기(59.2%) 대비 13%p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LCC 점유율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긴 했지만 70%를 넘어선 것은 올해 1분기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와의 점유율 차이도 지난해 1.4배에서 올해 2.8배로 대폭 확대됐다.
이처럼 LCC들의 점유율이 크게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국제선에 사용했던 기재까지 국내선에 투입한 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기재가 부족한 만큼 화물 보다는 수요가 살아 있는 국내선에 집중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들은 화물운송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국제선 기재를 동원해 최근 늘어난 국내선 수요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 항공사의 국내선 운항 편수는 1만7166편, 여객수는 260만8000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 3월(운항편수 1만6042편, 여객수 257만3000명) 대비 7%,1.4% 늘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억제됐던 여행 수요와 봄철 성수기가 맞물리면서 팬데믹(대유행) 이전 이상의 여행객이 국내선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LCC의 국내선 영향력 확대가 호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점유율은 늘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국내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효과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LCC 매출구조를 보면 국제선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70~80%에 이를 정도로 편중돼 있다.
오히려 출혈 경쟁의 여파로 LCC들의 적자폭은 더욱 확대된 상황이다. 현재 국내선 시장은 LCC를 중심으로 저가 항공권이 남발되는 등 과도한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 등 4대 LCC의 1분기 영업손실은 2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전반적인 국내선 수요가 회복됐다고 해도 LCC들은 현금흐름면에선 지난 2019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악화돼 있는 상황”이라며 "김포-제주 노선과 같은 특수한 노선을 제외하고는 만원 이하의 특가권이 남발될 정도로 수요가 적은 상황으로 LCC들은 국제선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1분기 가장 높은 국내선 점유율을 차지한 곳은 진에어로 19%를 기록했다. 이어 제주항공이 18.9%를 기록해 근소한 차이로 2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은 각각 13.3%, 12.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