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58)]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주윤하의 목소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5.27 07:14
수정 2021.05.27 07:15

새 싱글 '친구가 했던 말' 5월 24일 발매

천장을 뚫을 듯한 고음. 노래를 업으로 삼고 있는 가수들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만한 능력이다. 속 시원히 내지르는 고음은 그만큼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마음을 휘어잡는데 큰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런 고음을 내지르지 않으면서도 관중의 마음을 쓸쓸하게도, 또 따뜻하게도 만드는 목소리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싱어송라이터 주윤하다.


이제는 밴드 보드카레인의 멤버, 베이시스트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주윤하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많은 곡들을 내놓으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읊조리듯 들려주는 목소리가 주윤하 음악의 무기다. 지난 24일 발매된 새 싱글 ‘친구가 했던 말’ 역시 그의 색깔을 물씬 담아냈다.


-벌써 솔로 뮤지션으로, 음반을 낸지 10년이 다되어 갑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근황을 들려주세요.


아, 그렇게 됐네요. 한 달,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음악을 만들다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요즘은 주로 작업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20년에는 사실 모든 상황이 적응하기 힘들어 약간의 방황이 있었던 거 같고요, 21년에는 정신을 좀 차려야겠다 싶어 그동안 멜로디만 만들고 편곡하지 않았던 곡들을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4월에 ‘우리가 남긴 불빛’을 발표하고 얼마 전 5월 24일에는 ‘친구가 했던 말’이란 곡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보드카레인으로서 음악을 한 시간보다, 혼자 음악을 한 시간이 더 길어졌네요. 혹시나 여전히 남는 아쉬움이 있을까요?


이제는 꽤 아득한 기억이 되었네요. 저보다는 오히려 주변에서 더 아쉬워 해주었던 것 같아요. 밴드로 해보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 어떠한 성장에 대해서는 확신도 있었지만 각자 새로운 계획이 확고했어요. 아쉬웠지만 그 때 멈추었던 것이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음악을 해온 만큼, 흔들렸던 시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제일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하.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흔들리지 않을까 싶어요. 간신히 세상에 나오는 음악은 10MB가 정도의 무게로 순식간에 어디론가 흡수되고, 그동안의 시간과 결과물이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여전히 있고, 무엇보다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요. 극복이라기 보단 그저 ‘음악이 좋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가 맞는 표현 같아요.


-데뷔 후 벌써 15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요. 많은 것들이 변했죠. 어떤 변화들을 겪고 있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피지컬 음반 시장의 마지막, 다운로드 시장으로 변화 그리고 스트리밍 시장으로 완벽한 안착. 익숙하긴 커녕 적응하기도 전에 음악시장이 계속 바뀌어 가고 있네요. 점점 음악 자체만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좋은 음악은 계속 나오는 것이고, 환경이 어떻게 바뀌든지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결국 사람들이 찾아주니까요. 비겁한 변명 따위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하. 다만 내가 할 수 있고, 요즘 리스너들이 원하는 호흡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주윤하 씨의 노래들은 주로 외롭고 쓸쓸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는 듯 싶어요.


제가 주로 느끼고 노래하고 싶은 것은 상실의 감정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릴 적에도 외로움과 쓸쓸한 기분을 무척 많이 느꼈어요. 그 때에는 그 기분이 좀 낯설었는데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왁자지껄 친구들과 떠들다 그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쯤에, 늙어가는 부모님의 얼굴이 느껴졌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과 있을 때 문득 그 외로움과 쓸쓸함 모두 나와 같이 하루를 걷고 있는 감정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새 싱글 ‘친구가 했던 말’도 마찬가지죠. 곡 설명 부탁드려요.


가사를 첫 구상하고 완성하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이 노래는 정말 순식간에 완성된 곡이에요. 그만큼 하고 싶었던 말이 쏟아져 나왔나 봐요. 요즘에는 연주도 가능하면 스스로 해내고 싶어서요. 원래라면 좋은 연주자에게 맡겼을 어쿠스틱 기타며 피아노 등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앨범이죠?


사실 5월 봄에 맞게 약간은 더 상큼한(?) 노래를 작업하다가 제 안에는 쓸 만한 상큼함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 노래를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가끔 그럴 때가 있는데 멜로디와 가사가 한 번에 쓰윽 나올 때가 있어요. 이 노래는 그 두개가 하나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온 노래에요.


-제목이 ‘친구가 했던 말’인데요, 실제로 친구에게 들었던 말을 재구성한 건가요?


제 친구 중에 연기를 하는 친구가 있어요. 저 못지않게 고민이 많은 친구인데 처음엔 그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로 시작을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가사가 정말 일상적이지만, 시기 때문인지 눈물이 날 만큼 쓸쓸하고, 또 따뜻합니다.


음악이 좋아서 행복하려고 시작했는데 언제부턴가 음악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더라고요. 이게 맞는 건가 고민이 될 때가 많아요. 포기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데 친한 친구가 옆에서 이런 말을 해준다면 포기를 하던 더 열심히 하던 시원한 마음이 들 거 같아요. 물론 음악을 계속 하고 싶지만요.


-공감을 사는 가사, 주윤하 님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는 걸까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땐 연주자여서 그랬는지 가사가 그렇게 음악에 중요한 건가 의문이 들었어요. 철이 없었죠(웃음). 어느 인터뷰에서 윤종신 선배가 이야기 하던데, 뮤지션도 결국 ‘작가’여야 한다는 그 말에 공감해요. 적어 놓은 멜로디 안에 감동까진 아니더라도 몇 번이고 곱씹을 만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묵직한 저음, 읊조리는 듯한 창법도 일상에서 친구가 건네는 말과 같이 느껴집니다.


이번 노래는 조금 더 말하는 듯 노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반 데모보다 한 키(key)를 낮추어 불렀어요. 말할 때 목소리랑 비슷하게 하려고요. 친한 선배가 더 낮게도 노래를 불러 보라했는데 그건 약간 제 취향이 아니지만 나중에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웃음).


-곡 작업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뒀을까요?


이번 곡 뿐만 아니라 모든 노래에 해당 되는데, 처음 스케치 했을 때 그 공간감이 대중에게 전달될까를 가장 고민하면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제 안에서 그 멜로디가 왔을 때, 그 때의 온도, 감정, 그 감정선을 화음과 멜로디, 가사로 잘 옮기는 게 기술인데 하면서 매번 배우게 돼요. 항상 최선을 다했지만, 다음번엔 이런 부분을 보안해야지 하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이번 앨범으로 리스너들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친구에게 좋은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자신에게도 그런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좋겠어요.


-6월 4일부터 시작되는 ‘스테이지30’에 출연하시죠. 코로나19로 많은 무대가 사라지고, 공연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선뜻 공연장으로 향하기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그리고 줄어든 무대와 객석으로 공연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이렇게 무대를 지키는 뮤지션들을 사랑해주세요. 저도 객석을 채워주시는 여러분들을 잊지 않을게요.


-마지막으로, 올해의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앞으로 앨범 발매 계획과 어떤 형태의 발매가 될지도 궁금합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목소리가 되면 좋겠어요. 그때 그 순간, 그 시절과 함께 남아있는 가수였음 좋겠습니다. 앞으론 지금까지의 결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음악들을 들려드리려 준비 중이에요. 밴드에서의 경험과 솔로 시절의 감성이 잘 녹아져 있는 음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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