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용진 "윤석열, 국민 우습나…간보지 말고 밖으로 나와라"
입력 2021.05.26 16:06
수정 2021.05.26 17:08
여권서 가장 먼저 대권 도전 선언한 '97세대' 박용진
삼성 저격수·유치원 3법·소신파…'파란만장' 정치史
"윤석열, 나랑 한 시간만 토론하면 밑천 드러난다
눈에 표 보이니까 입장 바꾸는 이재명, 검증 필요"
"윤석열은 나랑 한 시간만 대한민국 미래 비전에 대해 토론해보면 정치적 밑천이 다 드러날 것이고, '윤석열은 좋은 검사였지만 대통령감은 박용진이구나'라는 게 명확해질 거다."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쳤다. 초선이던 20대 국회 때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세금환수 이슈를 주도해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고,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유치원 3법'을 추진해 이름을 알렸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다웠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대표 주자 박 의원(재선·서울 강북구을)은 지난 9일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식 장소였던 국회 잔디광장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정치의 대파란을 불러일으키겠다"며 여권 대권주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박 의원은 이 지사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 "틀렸고, 상식에 어긋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이 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과 1가구 2주택자, 개헌 등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하며 "표 얻고 편한 길을 가려고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 불고 있는 '이준석 돌풍'에 대해선 "우리당에서 나타나야 될 현상이 저쪽 당(국민의힘)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민주당이 얼마나 뒤쳐져있고 변화에 무심하고 둔감한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85년생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은 최근 당 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박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을 내년 서울시장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몸집 키우기'라는 당 일각의 시선에 대해선 "구태정치, 낡은 정치 문법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쓴소리 4인방인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한 명으로, 계파에서 자유로운 소장파로 꼽힌다.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9일 여권 대권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20대 국회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을 통과시킬 때 '대한민국에서 상식적이고 당연하고 작은 것 하나를 바꾸는 것도 이렇게 어렵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 사회의 상식적인 룰을 잘 만들고 적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몸집 키우기'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나의 대선 출마 선언을 폄하하는 이야기다. 구태정치, 낡은 정치 문법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당에 있는 게 큰일이다. 그런 얕은 정치적 계산을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면, 국민에 대한 조롱이다. 작년 1월부터 대선 준비에 들어갔고, 작년 6월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앞에서 '나 홀로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내년 대선에서 중요한 시대정신은.
"'행복국가'를 만들어내는 것.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된 헌법 10조를 실현하겠다는 게 '행복국가론'이다."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은 국가의 역할과 기능에 다시 한 번 크게 환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가의 역할과 기능은.
"신자유주의적 국가의 역할로는 더 이상 안 된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회의 안전과 질서, 국민의 이상과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가 먼저 만들어 놓은 '복지 시스템'을 따라갔는데, 이제 대한민국은 '행복국가'를 만드는 일을 세계에서 선도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당내에서 종부세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 등을 두고 이견이 갈리고 있다.
"집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왜 집을 갖고 있는 분들의 세금 문제에 더 집중하는지 모르겠다. 집값 잡으라고 했더니, 종부세를 잡으려고 하고 있다. 옳지 않다. 부자 감세를 해주려면 월세 사는 사람들에 대한 소득공제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 대선 치르면, 민주당 재집권 어려워
뻔한 인물·뻔한 구도·뻔한 주장, 뻔한 패배
내가 대선 후보 되는 게 정치혁명·세대교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을 두고도 논쟁이 한창이다.
"나는 기본소득 찬성론자다. 그러나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반대다. 틀렸고 상식에 어긋난다. 증세 없이 세출 조정으로 50조원을 동원해서 월 8만원을 줄 수 있다는 건데,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지금 50조원 허투로 쓰고 있다는 것인가. 책에서 배운 대로 막 던지듯이 주장하는 것은 안정적인 국가 운영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치 않다."
-이 지사와 1:1로 맞짱토론 붙었을 때 가장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기본소득 만능론, 개헌에 대한 낮은 인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과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입장 변화 등에 대해서 검증 받아야 된다고 본다. 입장이 변했으면, 변한 이유를 분명히 이야기를 해야 된다. 눈에 표가 보이니까 입장을 바꾼 건데, 표 얻고 편한 길을 가려고 그러면 안 된다."
-아직은 지지율이 저조하다.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묘안이 있다면.
"그런 거 없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바꿀 것은 바꿔야 된다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 지지율 높이려고 태도를 바꾸는 정치인(이재명)을 지금 내가 비판하고 있지 않나. 제일 미움 받는 정치인이 신뢰받는 정치인이다. 내가 표를 생각했다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유치원 3법을 추진할 수 있었겠나. 못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찬성 여론이 70%라고 하는데, 그래도 나는 사면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솔직히 나한테 손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이익이 안 된다고 입장을 바꾸는 건 장사꾼의 태도지, 나라를 이끌고 갈 올바른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
-지금 대선 치르면, 민주당이 재집권 할 수 있다고 보나.
"어렵다. 지금 저쪽(국민의힘)이 더 혁신하려고 하고 당의 간판을 새 인물로 교체하려고 하고 신바람이 났다. 우리당은 말로만 '큰일이다'라고 대응하기 위한 행동을 안 하고 있다."
-오늘 민주당의 '국민소통 민생경청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달라지려고 하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당 지도부가 듣고 싶은 말도 있겠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본다. 그 말을 하려고 이 과정을 거치는 거라고 본다."
-내년 대선까지 10개월도 채 안 남았다. 민주당이 어떻게 변해야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질까.
"뻔한 인물, 뻔한 구도, 뻔한 주장으로 가면 뻔하게 진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대권주자들을 보면 지난 10년 동안 당 대표, 총리, 대통령 후보, 장관 등을 하며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했던 분들이다. 한국 정치가 이 상황에 직면하게 된 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다. 나는 기득권에 맞서 싸운 사람, 공정에 대해 실천해왔던 사람이다. 누가 대선 후보가 되어야 된다고 보나? 박용진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정치혁명이고 세대교체다."
"이준석 돌풍, 우리당서 나타났어야 할 현상
與, 시대변화 체감 못하고 장유유서 짓눌러
구태·꼰대·낡은 정당으로 비쳐질 것" 우려
-정치권에 불고 있는 '이준석 돌풍'을 어떻게 보나.
"우리당에서 나타나야 될 현상이 저쪽 당(국민의힘)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민주당이 얼마나 뒤쳐져있고 변화에 무심하고 둔감한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 돌풍'으로 인해 민주당은 더 '구태 정당', '꼰대 정당', '낡은 정당'으로 비쳐질 거라고 본다."
-민주당, 어쩌다가 이렇게 됐나.
"장유유서가 짓누르고 있고, 시대가 변화하고 새로운 세대가 왔는데도 불구하고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2대 비극이 무엇인지 아는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지 않은 윤석열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만 50세인 내가 대권 도전을 선언했더니 '민주당에 젊은 후보가 나타났다'고 하는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경쟁력은 모르겠고, 인기는 있다. 그러나 정치는 인기로 하는 게 아니다. 정확한 철학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은 그게 있는지 확인된 적이 없다. 숨어서 그럴싸한 행보로 인기와 관심만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기획사에 의해서 관리 받는 아이돌 그룹(가수)이나 그렇게 하는 거지,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할 정치인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정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일이다. 간만 보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검증받아야 한다."
-여권 내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2위 이하 후보들의 '반(反)이재명 전선' 구축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런 현상이 만들어질 필요성을 못 느낀다. 결선투표에 내가 올라가면 게임 끝난다. 결선투표에서 이 지사와 내가 붙으면 빅 이벤트가 만들어 지는 거다. 그 다음에 내가 윤석열과 붙는 거다. 윤석열은 나랑 한 시간만 대한민국 미래 비전에 대해 토론해보면 정치적 밑천이 다 드러날 것이고, '윤석열은 좋은 검사였지만 대통령감은 박용진이구나'라는 게 명확해질 거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시기가 논란인데.
"당 지도부가 빨리 매듭을 지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