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백신·배터리…문대통령 방미 일정으로 본 '키워드 셋'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1.05.20 14:55 수정 2021.05.20 15:32

알링턴 국립묘지·한국전 기념공원 등 방문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의지 내포

한미정상회담 최우선 현안 코로나 백신 꼽혀

SK이노 공장 방문으로 대미 투자 의지 강조

한미정상회담 마스크를 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합동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

방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부터 공식 실무 일정에 돌입한다. 이번 방미는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해외 방문이라는 점,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방미라는 점에서 일정 각각에 상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 3대 키워드로 한반도 비핵화, 백신, 반도체·배터리를 꼽는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 순방 '첫 일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알링턴 국립묘지에 방문하는 것을 첫 현지 일정으로 정했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제1·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등에서 희생된 미국 군인들이 안장돼 있는 곳으로, 문 대통령이 이곳을 찾는 건 임기 중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식 후 이곳을 찾아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며 한미동맹 의지를 되새기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한미정상회담(21일)의 큰 축도 '한반도 비핵화'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오후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북미 대화 복원을 포함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야 한다고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기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할 성명에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계승한다' 취지의 표현을 담기 위해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선언'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가진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물이다. '싱가포르 선언'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항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추진해 온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마무리한 뒤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의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을 찾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0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커트 캠벨 북태평양조정관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합의 문제를 직접 거론했기 때문에 아마 싱가포르 합의를 수용한다는 문제는 양국 성명에 기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백신도 이번 방미 일정의 핵심 키워드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후 미국 의회를 방문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 등에 대한 미 의회의 협력과 지원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의 백신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백신 개발·생산국인 미국과의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백신의 위탁 생산과 기술 이전을 통한 직접 생산 방식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가 백신 국내 위탁생산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신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백신 스와프'가 성사될 지도 관심사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 보유 백신 물량을 상반기에 빌려온 후, 하반기에 국내 도입 물량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강나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들은 미국이 코로나19와 싸우는 한국을 지원할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는 '백신 스와프'가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사용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얀센) 개발 백신을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도 공유하겠다. 6월 말까지 미국의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백신이 공급되면 최소 2000만회분의 백신 추가분을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혀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김 교수는 "인도를 세계 백신 공장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인도의 코로나 상태가 너무 안 좋기 때문에 백신을 다른 나라에 공급하기는커녕 인도 내 수급도 지금 상당히 힘들다"며 "(대안으로) 세계 아니면 아시아 지역의 백신 공급 주역으로써 허브로써 한국을 활용하는, 즉 한국이 미국의 백신 주요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한미 간에 논의가 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백신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지렛대로 활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견제 차원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구상에 참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40조원이 넘는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이번 방미에 동행한 삼성·SK·LG그룹의 경영진이 참여하는 비즈니스라운드를 현지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오는 22일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현지 진출기업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26억달러(약 2조9730억원)를 투자했으며, 2022년 양산을 목표로 공장을 설립 중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공장 완공시 연간 43만대(21.5GWh)의 배터리가 생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테슬라 기가 팩토리(35GWh) 다음으로 규모가 큰 것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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