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 만든 법, 최대 수혜자는 조국?…김종민 "박범계, 도둑은 안잡고 신고자 잡기"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5.18 05:00
수정 2021.05.18 06:02

형사사건 공개금지, 사건 공수처 이첩…조국 사법적 '특혜' 누리나

김종민 "박범계, 야당 의원 시절 국민의 알 권리 내세워 수사 상황 및 증거 공개 주장"

박인환 "여권, 인권보호·적폐청산 내세워 온갖 법 제도 만들었지만…선택적 적용하는 내로남불이 문제"

"대중은 역경 극복한 스토리에 열광…조국, 김명수 대법원과 공수처 하에서 혐의 벗고 반등 꾀할 수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과 사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이첩을 놓고도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인권보호, 권력형 부정 척결 등 긍정적인 취지를 내세워 마련한 법·제도들이 조 전 장관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이 불법 유출됐다며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검찰이 법무부 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어겼다는 게 근거다. 이 공소장에는 이 지검장뿐만 아니라 조 전 장관이 수사 중단 외압에 가담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19년 9월 법무부 훈령으로 공소장의 원칙적 비공개를 규정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었다.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사 외압의 배후에 조 전 장관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박 장관이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을 놓고 적절성 논란이 제기된다. 한창 수사를 진행해야 할 수사팀이 진상조사 대상이 된 것은 정권의 압박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인 김종민 변호사는 "왜 조국 수사 때부터 검찰 포토라인을 폐지했고, 왜 조국이 만든 규정으로 조국이 연루된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을 뭉개려 하느냐"며 "박 장관은 도둑은 안 잡고 신고자를 잡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박 장관이 야당 의원 시절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수사 상황 및 증거를 공개하자고 주장한 사실을 지적하며 "박 장관이 과거와 180도 바뀐 태도로 나오는 이유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또 수원지검 공보를 담당하는 강수산나 인권감독관은 최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기자는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취재한 정보를 보도한다"며 "기사에 대해서까지 수사보안 유출 책임을 묻는 것은 수사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추가 의혹이 공수처로 이첩되자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불기소 등 관대한 처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부터 검찰개혁과 권력형 부정 척결을 명분으로 공수처 설립을 밀어붙인 장본인인데, 스스로 설립 취지를 허물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수원지검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과 관련해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 지청장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 외 수사기관은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 시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에 따른 것이다. 윤 전 국장 등에 대해 수사가 진척되면 윤 전 국장에게 지시를 내린 조 전 장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법조계는 공수처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수원지검 수사팀으로부터 이 지검장 불법 출금 수사기록을 받아 청와대 인사가 사건에 개입한 정황을 인지했지만 2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것이 최근 밝혀져 '수사 뭉개기' 논란마저 일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이 지검장 '황제조사' 논란, 선발된 공수처 검사들의 친정부 성향 논란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은 "공수처는 검찰 못지않은 수사 능력이 있어야 존재 의의가 있지만, 출범 초부터 정원미달 등 너무 많은 실망을 줬다"며 "검사들도 여권과 친분 인맥으로 연결돼 있어 정부를 향한 정당한 수사가 될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인 박인환 변호사는 "조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은 인권보호·적폐청산이라는 듣기에만 좋은 주장들을 내세워 온갖 법 제도를 만들었지만 이를 네 편 내 편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내로남불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 정부 조직이 불필요하게 비대화되고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받고 재도약했듯이 대중은 역경을 극복한 인물의 스토리에 열광한다"며 "조 전 장관도 김명수 대법원과 공수처 체제 하에서 무혐의를 받아내고 이를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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