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활동인가 꿍꿍이인가…안철수 돌발행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우려
입력 2021.05.16 03:00
수정 2021.05.16 10:07
안철수, '지분 요구 無' 합당 약속하더니 돌연 지역 조직 구성 돌입
'대선 출마 독자 행보', '합당 시 지분 요구 사전 작업' 등 해석 분분
"서울시장 보선 단일화도 위태위태했는데…왜 최악의 수 자초하나"
국민의당 측 "억지다" 반박에…"그럼 단기 아르바이트 뽑는 것인가"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통합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여부에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돌연 전국 지역위원장 공모에 나선 탓이다. 합당 약속을 저버리고 또 다시 독자 행보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난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전국 253개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공모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창당한 국민의당은 지금까지 지역위원장 없이 서울·경기·인천·광주·충북·대전·대구 지역에 7개 시도당 위원장만 두어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시점'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역 조직이 이미 완비되어 있는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앞두고 돌연 자체 조직 다지기에 나설 명분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탓이다.
실제 국민의당은 지난해 4·15 총선에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낸 바 있다. 당시에는 창당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전국 조직을 꾸릴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과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서 넓은 범위의' 야권 연대'를 구성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총선이 끝나고 1년이 되가도록 조직 구성에 손을 놓고 있다 굳이 지금 시점에 행보에 나선 데는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내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독자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과 국민의힘과의 합당에서 일정 부분의 지분을 요구하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지상욱 전 의원은 "통합이 힘들 것 같으니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서 아니면 통합 논의 시 '지분 알박기'를 위해서라는 두 가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또한 "양당 대표 회동으로 조만간 합당 약속을 분명히 했는데, 뜬금없이 지역위원장을 공모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이하의 납득할 수 없는 짓"이라며 "지난해 총선을 치루면서도 지역위원장 1명을 두지 않았던 국민의당이, 합당을 약속해 놓고 갑자기 전국적으로 지역위원장을 공모하는 건 두 가지 이유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합당을 안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이거나, 합당을 대비한 지분챙기기용 알박기"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의 진짜 속내가 어떤 것이든, 정치권에서는 4·7 재보궐선거에서의 완승 이후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하던 야권 대통합 기류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선출마를 위한 독자노선이라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신경전 과열로 야권 단일화가 파행 직전까지 갔던 장면이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시 얼마나 위태위태했나, 만약 단일화 파행으로 서울시장 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대선에서의 단일화는 서울시장 선거와는 또 다른 차원의 신경전과 상호 비방이 난무할 것이다. 그런 최악의 수를 왜 자초하는가"라고 말했다.
결국 합당을 하게 되더라도 국민의당이 전국 조직 구성을 완료하고 일정량의 지분을 요구할 경우 협상 자체가 교착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를 향해 "합리적인 선에서 합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과도하게 사리사욕을 챙기면 안 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안 대표는 재보선 이후 합당 협상 과정에서 "지분이나 당명 변경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말바꾸기'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을 위해 기존에 활동해 온 국민의힘 지역위원장이 돌연 자리를 내려놔야 하는 일이 생길 경우 강력한 반발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
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2~3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뽑으려고 지역위원장을 공모하는 것이겠나, 분명 합당 후 자신들 몫의 지역을 배분해 달라 하기 위한 사전 포석 작업"이라며 "부랴부랴 급조된 지역위원장들에게 그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치열하게 관리해 온 조직을 순순히 내 줄 당협위원장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측은 이 같은 시선이 '억지'라는 반응이다. 안철수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진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양당의 합당은 진정성을 갖고 순리와 상식에 기반하면 문제 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알박기라는 표현 자체가 저급한 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지분을 운운하는 것은 낡은 사고"라고 했다.
한편 양측의 갈등 양상이 거세질 조짐에 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안철수 대표를 믿고 기다려보자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강점을 가지는 '중도'라는 필드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식구들을 만들어 오는 것이 국민의힘과의 통합에 역효과가 있겠나"라며 "모든 정치행보에 대해 실눈을 뜨고 이익다툼, 밥그릇전략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구태일 뿐이다. 의심의 눈초리는 잠시 접어두고, 안 대표가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믿고 기다려볼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