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있으나 마나…‘가정의 달’ 휴대폰 불법보조금 또 들썩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05.10 11:08
수정 2021.05.10 11:11

‘갤럭시S21’ 실구매가 10만원대로…과징금 KT ‘꼼수’ 영업

국회, LG 휴대폰 사업 철수·임혜숙 후보자 청문회로 어수선

‘가정의 달’ 특수를 노린 휴대폰 불법보조금이 유통망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보조금 논란은 휴대폰 판매량이 집중되는 시기를 맞을 때마다 수년째 반복되고 있으나,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변화의 조짐 없이 또다시 표류 상태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어버이날’이 끼어 있던 지난 주말 휴대폰 집단상가와 온라인 판매점을 위주로 단발성 불법보조금이 살포됐다.


출고가가 99만9900원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1’ 기본 모델은 다른 이동통신사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할 경우 실구매가가 14만원까지 내려갔다. 월 8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는 조건이다.


합법적인 최대 공시지원금은 50만원이다. 유통점 추가지원금 15%를 더해도 57만5000원이 최대치다. 여기에 약 28만원의 불법보조금이 얹어져 14만원으로 실구매가가 내려간 것이다.


단가표(사진)를 보면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해도 20만원에 갤럭시S21을 구매할 수 있었다.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20만원 이상의 불법보조금이 실렸다.


KT의 경우 ‘현재 방통위 제재가 심해 단가가 좋지 않으니 개별 문의 달라’는 문구가 단가표에 적혀 있다. 문의 결과 KT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을 뿐 은밀히 불법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KT는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출시 이후 고의로 고객들의 단말기 개통을 지연해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1억6000만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처분을 받은 KT가 방통위 모니터링을 통해 휴대폰 불법보조금 지원 사실이 발각되면 벌점을 받고 추가 제재가 이뤄질 수 있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가표에 개별 문의를 달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방통위 감시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 있다”며 “과징금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건전한 유통 질서를 만드는 것이 아닌 오히려 음지로 파고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번 반복되는 불법보조금 논란에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단통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최근까지 국회에서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통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LG전자 휴대폰 사업 철수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소위 통과가 보류됐다.


분리공시제는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 시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받는 보조금이 누구에게서 어떻게 나오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제조사 지원금이 공개되면 제조사 간 경쟁이 붙어 지원금을 서로 더 올리고 소비자가 단말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LG전자 사업 철수로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쟁 활성화 효과를 노리기 어렵게 됐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국회가 어수선해 다음 소위가 열릴 시기도 가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임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먼저 마무리 지어야 다음 소위도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LG전자 휴대폰 사업 철수로 분리공시제 실효성이 떨어져 재논의가 필요한 데다 방통위 등 부처에서조차 해당 법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상반기 내 구체적인 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휴대폰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상향하고 지원금 공시 주기를 단축하는 내용의 단통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보류됐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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