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으로 친밀하면 이제 가족, 민법 따라와야…사유리發 비혼 단독 출산, 찬반 팽팽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입력 2021.05.06 05:00
수정 2021.05.05 19:48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가족의 형태…민법이 현실 상황과 국민 법 감정을 반영해야"

"여가부 건강가정기본계획, 건강한 또는 건강하지 않은 가족으로 나눈 느낌…보편적 가족제도로 가야"

"비혼 단독 출산, 사회 변화에 법·제도 따라가야" vs "양질의 유전자 아기만 선호, 가정 개념 무너뜨릴 것"

최근 동거 부부, 미혼모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시대 흐름에 맞는 법·제도 손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공개하며 공론화와 등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나섰다. 아울러 정부는 최근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비혼 단독 출산의 법적·윤리적 쟁점들도 올해 논의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7일 비혼 동거 커플이나 위탁 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고, 부부 협의로 자녀에게 어머니나 아버지 중 누구의 성(姓)을 물려줄지 정하게 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지금까지는 '부성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자녀는 성을 정할 때 우선으로 아버지의 성을 따랐다. 어머니의 성을 따르려면, 아이의 '출생신고'가 아닌 부부의 '혼인신고' 시 엄마 성을 따를 지를 미리 결정해야 했다. 이에 여가부는 앞으로 법무부와 민법 개정을 통해 부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어머니 성을 따를 것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4차 계획에서 주목할 점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차별이나 편견 없이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계획의 1번 영역에 들어갔다는 점"이라고 강조하고, "1번 영역에 들어갔다는 것은 정부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 국민들은 민법과는 달리 정서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관계 또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민법이 현실 상황과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은 ”계획에 건강이라는 수식어가 포함돼 있어 건강한 또는 건강하지 않은 가족으로 나눈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점은 아쉽다"며 "수식어를 빼고 보편적 가족제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이야기하며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공표했지만 현재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지원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가부는 이와 함께 방송인 사유리의 출산으로 이슈가 된 비혼 단독 출산의 법적·윤리적 쟁점들도 올해 논의하겠다 밝혔다. 비혼 단독 출산은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하는 '보조생식술'을 통해 가능하다.


비혼 단독 출산에 대한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이사장은 "가족의 구성 방법이 과거와 달리 다양해졌다"며 "다양성을 인정해 모든 가족 구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혼 여성의 정자 기증을 통한 임신과 출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법과 제도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가생명윤리위원장을 역임한 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은 "비혼 출산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가정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똑똑한 양질의 유전자를 선택하고 이런 유전자를 가진 아기만을 갖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비혼 단독 출산은 철학적·사회학적·인류학적 등 복합적인 주제“라며 ”단순한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su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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