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Q 선방했지만…"魔의 5월을 버텨라"
입력 2021.04.22 18:38
수정 2021.04.22 18:38
1분기 영업익 각각 전년 대비 91.8%, 142.2% 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 5월이 피크…3분기 이후 개선 기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1분기 큰 폭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배터리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분기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며 버티다 상황이 개선된다면 3분기부터 다시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22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1분기 각각 1조6566억원, 1조7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91.8%, 기아차는 142.2%에 달한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두 배 내외의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외부 악재가 있었지만 판매 확대와 잇단 신차 출시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다만 1분기 실적에는 지난해 1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판매가 저조했던 기저효과가 깔려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더구나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이 2분기부터 본격화되는 양상이라 1분기 호실적에 환호하기보다는 2분기 부진에 대비하는 게 시급한 실정이다.
이날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1분기엔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에도 불구, 지난해 기저효과 및 판매 믹스 개선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면서 “지난 몇 해간 지속해온 수익성 중심의 체질개선 노력이 성과를 보였고, 고객 니즈에 대응한 신차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의 락다운 지속으로 여전히 수요 회복이 부진한 상태며, 실적을 견인해 줬던 내수시장도 개별소비세 인하효과 감소와 신차효과 둔화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2분기 전망을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신흥국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환율 변동성 등도 대외 불확실성으로 지목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공통적으로 5월을 생산 차질의 피크가 될 것으로 지목했다.
서 부사장은 “이미 4월부터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및 해외 일부 공장에서 셧다운이 발생했다”면서 “5월도 4월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생산조정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 역시 “자동차 반도체 이슈에서 가장 어려운 시점은 5월”이라며 “3분기 이후에는 밀린 수요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해 품목별 우선순위 결정을 통한 대체소자 발굴 추진, 연간 발주를 통한 선제적 재고 확보, 유연한 생산 계획 조정 등을 통해 2분기 생산차질을 최소화하고 3분기 이후 공급 개선에 발맞춰 반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성국 기아 IR담당(상무)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반도체 공급업체들의 램프업(ramp up) 상황을 고려하면 3분기부터는 반도체 조달 계획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명과 로고를 변경하고 새출발을 선언한 기아는 3분기 이후 실적 회복에 박차를 가해 올해 초 계획을 초과하는 성적을 거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주 부사장은 “2019년 텔루라이드부터 셀토스, 쏘렌토, 카니발까지 시장 반응이 좋다”면서 “세단 역시 K5, K8 반응이 좋은 데다 K3, K9 역시 신차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신차 효과에 공급 정상화까지 이뤄지면 목표 초과달성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주 부사장은 “기아의 초점은 이런 개선 추세들이 단기적인 현상이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효과로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직접 관리하고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중장기 전기차(EV)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차종 16만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판매물량을 2025년에는 12차종 이상 56만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브랜드로는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첫 모델인 아이오닉 5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세단형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를 출시하고 중장기적으로 E-GMP 기반의 중대형 SUV까지 아이오닉 라인업을 다양화해 고객 니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상반기 G80 파생 전기차에 이어 하반기 최초의 전용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내년에는 추가적인 파생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차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배터리 기술 내재화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추진 중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시장별, 차급별, 용도별로 성능과 가격이 최적화된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리튬이온 배터리와 차세대 배터리 등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국내 배터리 3사 등과 협업해 최적의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차세대 전고체 기술 개발 역시 안정성과 주행거리, 충전시간 개선 등 당사 주도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2025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시범양산한 뒤 2027년 양산준비를 거쳐 2030년경에 본격 양산에 착수할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