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車껍데기만 빠졌다…미래 모빌리티 전방위 투자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1.04.18 06:00
수정 2021.04.18 14:10

SK(주), SK이노베이션, SKT, SK하이닉스 등 미래 모빌리티 대응

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 등 'CASE' 전 분야 포트폴리오 구축

미국에 설치돼 있는 시그넷 EV의 초급속 충전기 모습. ⓒSK(주)

SK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과 연관된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며 완성차 기업 못지않은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배터리와 반도체, IT 분야에서 높은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는 SK그룹은 차량공유,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까지 영역을 넓히며 사실상 자동차의 외피를 제외한 모든 미래 모빌리티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주)는 최근 글로벌 선도 초급속 충전기 제조회사인 한국 시그넷 EV 지분 55.5%를 2100억원 가량의 신주를 포함해 293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 설립된 시그넷 EV는 350kW(키로와트)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한 글로벌 선도 기업이다.


시그넷 EV 인수를 통해 SK(주)는 고품질의 충전기 제조 역량을 확보한 뒤 그룹 내 역량을 통한 선제적 R&D 투자와 함께 제품 경쟁력 강화 및 해외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그룹이 보유한 반도체 및 정보통신 역량을 시그넷 EV의 충전기 제조기술에 접목시켜 향후 도래할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선도적으로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시그넷 EV는 초급속 충전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50%의 이상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SK(주)는 시그넷 EV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해 전기차 충전사업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SK(주)는 그룹 내 역량을 활용해 시그넷 EV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소비자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켜 나갈 예정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SK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 범위를 한층 확장하게 됐다. CASE(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에 전면 대응이 가능해졌다.


자동차 전동화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에서 SK그룹은 이미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 있는 SK이노베이션을 거느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1.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1·2 공장을 건설하는 데 이어 헝가리 이반차에도 신규 배터리 공장을 만든다. 이를 통해 2023년까지 85GWh, 2025년까지 125GWh 이상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업계 통틀어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분야에서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중국 창저우 2공장 가동을 개시한 SKIET는 한국·폴란드·중국 등 전세계 생산기지에서 10억㎡의 분리막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2024년까지는 이를 27억3000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고품질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SKIET 점유율 26.5%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율주행, 커넥티드 시대에 핵심 기술로 부각될 FCW(Flexible Cover Window)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FCW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화학소재로, 모빌리티 산업에서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이 보편화될 경우 주요 버튼이 사라지고 디스플레이가 차량 내부의 굴곡진 부분을 포함한 다양한 곳에 적용될 경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름·소재 분야 계열사인 SKC 역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용 필름, 자동차 유리 파손시 피해를 최소화하는 유리 접합 PVB 필름, 자동차 케이블 경량화에 유리한 PCT 필름, 전기차 배터리의 무게를 줄여주는 방열소재 그라파이트 시트, 전기차 내 전력반도체에 쓰이는 탄화규소(SiC), 친환경 폴리우레탄 내장재 등 미래차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각종 제품들을 개발해놓고 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분야에 필수적인 ICT(정보통신) 분야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대응한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 라이다(LiDAR)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실증 테스트도 진행했다.


특히 SKT의 단일광자 라이다는 기존 자율주행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만한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일광자 라이다는 신호를 양자 단위로 수신하는 만큼 정밀도가 높은데다, 하드타깃(자동차, 시설물, 보행자 등)과 소프트 타깃(눈, 비, 안개 등)을 구분할 수 있는 만큼 날씨가 좋지 않을 때도 안전한 자율주행을 보장해준다.


SK하이닉스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 등에 필수적인 차량용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반도체 기업이다.


최근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자동차용 반도체가 이슈화되고 있지만,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데이터가 주행 경험과 안정성 향상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메모리반도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SK하이닉스는 차량-데이터센터 간 통신과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 엔터프라이즈 SSD를 완성차 고객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SK그룹은 공유경제 시대의 모빌리티 산업 변화에도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18년 SK(주) 주도로 2018년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2500억원(2억3000만 달러)을 투자한 바 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으로 시작한 그랩은 필리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8개국 약 200여개 도시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비롯해 금융, 결제, 쇼핑 등을 아우르는 종합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디지털 은행 운영 허가를 받기도 하는 등 생활 전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업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그랩의 매출액(Net Revenue)은 전년대비 약 70%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 각 계열사들의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모아보면 전동화를 시작으로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경제까지 모빌리티 관련 제품·서비스의 가장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있다”면서 “하드웨어 측면의 기술 변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할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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