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 롯데-신세계, 온라인 시장 확대 대국서 '장군 멍군'
입력 2021.04.04 06:00
수정 2021.04.02 16:24
롯데 중고나라 인수에 신세계 W컨셉 인수로 맞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결과에 따라 업계 주도권 향배 조정 가능성도
작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 시장을 놓고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온 만큼 온라인으로의 체질개선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롯데의 중고나라 인수 소식에 신세계는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 인수로 맞불을 놓으며 온라인 사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올 들어 첫 포문은 신세계가 열었다. 올 1월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에 이어 3월 온라인 거래액 1위인 네이버와 전략적 협력을 맺으면서 그동안 강조해온 온‧오프라인 통합에 따른 시너지 확대를 위해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야구단 인수로 롯데자이언츠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와 프로야구에서도 맞수로 전선을 확대한 데다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롯데에 비해 한 발 빨리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롯데는 작년 4월 출범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부진으로 그동안 사업을 이끌어오던 조영제 전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의를 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시기였다.
이후 롯데는 지난달 23일 국내 온라인 중고 판매 1위 플랫폼인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하면서 신세계에 역공을 가했다. 중고나라의 작년 거래액은 5조 규모로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거래액을 웃돈다.
중고시장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도 향후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수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였다.
이후 신세계는 SSG닷컴을 앞세워 지난 1일 온라인 여성 패션 1위 플랫폼인 ‘W컨셉’을 인수했다.
W컨셉은 지난 2008년 10월 설립된 회원수 500만에 육박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여성 패션 편집숍 부문에서는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1위’다. W컨셉은 자체 브랜드인 ‘프론트로우’ 등의 육성에도 힘쓰는 한편, 명품이나 뷰티 등 관련 카테고리로도 외연을 확장해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물류시스템을 활용해 배송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백화점, 스타필드 등 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채널에도 선보여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인수 작업의 경우 거래금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한 두 달 사이에 결정되기는 어려운 사안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롯데의 중고나라에 인수에 신세계는 패션 플랫폼 인수로 맞불을 놓은 모양새가 됐다.
양사 대결의 마지막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유통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계속해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두 곳 중 한 곳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될 경우 격차는 단숨에 큰 폭으로 벌어지게 된다.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은 20조원 정도로 롯데나 신세계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업계 1~2위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유통산업 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오프라인 시장을 뛰어넘은 만큼 앞으로는 온라인 유통 시장이 계속해서 전체 유통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도 과열 양상 조짐으로 흘러가고 있다. 인수전 초기에는 5조원에 달하는 금액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다시 이뤄지고 롯데, 신세계 간 경쟁 구도가 기름을 부으면서 인수전 분위기도 한층 달아올랐다.
지난달 23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강희태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고, 바로 다음날 강희석 이마트 대표 역시 주총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는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그동안 꾸준히 경쟁관계를 유지해왔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주요 사업이 겹치다 보니 끊임없이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생존을 위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누구 하나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곧 이베이코리아 실사가 진행되면 각자 사업과 연계해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에 따라 배팅 금액이 달라질 것”이라며 “인수전 결과로 업계가 재편될 수 있는 만큼 고위 경영진은 물론 각 기업 총수들까지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