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에 나선 '상왕' 이해찬·호남으로 간 이낙연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1.03.19 01:40
수정 2021.03.19 05:03

이해찬, 민주당 수세 몰리자 '지휘봉' 다시 잡아

야권 보선 후보·대권주자 때리며 존재감 '과시'

이낙연, 호남行…당 일각선 "의아하다" 목소리

재보선 후 있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준비 해석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이낙연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해 8월 말 당 대표 퇴임 후 공개적인 정치 활동을 자제하던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7 재·보궐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직격탄'을 맞은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자 본격적인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판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지방 바닥 민심을 훑으며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준비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7일 대표적인 여권 성향 유튜브 채널인 '시사타파TV·개국본TV'에 출연해 야권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유력 대권 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전 대표가 대외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건 지난해 12월 1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 출연 후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대표를 그만두고 일절 방송 출연을 안했는데, 요즘 시장 선거가 팽팽해져서 '이걸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처음 방송 출연을 시작했다"며 "선대위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간접 지원하는 일을 이번 선거 때까지 하려고 한다"고 전면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8일에도 친여(親與) 성향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 잇따라 출연해 야권 보궐선거 후보들을 때리며 자당 후보들에게 힘을 실었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내년 대선에 직결되는 만큼 이 전 대표는 선거 승리를 자신하며 지지층 결집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전 대표가 출연한 유튜브 방송의 실시간 접속자 수는 1만70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이해찬 효과'를 입증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여권의 주요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녹화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은 19일 공개될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화려한 '재등판'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고 선거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재등판으로 재보선 정국에서 이 위원장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감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호남을 찾았다. 당 일각에선 보궐선거 '빨간불'이 켜진 서울 선거를 총력 지원하는 게 아니라 낙승이 예상되는 전남도의원 보궐선거(고흥2선거구·순천1선거구) 지원을 위해 전남을 방문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위원장 측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에서 격려 방문 요청이 와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하락한 지지율 회복을 위한 '텃밭 다지기' 행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고흥군과 순천시를 방문해 박선준(고흥)·한춘옥(순천) 도의원 후보를 격려했다. 이날 오전엔 전남 여수시 만흥동에 있는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아 박람회장 향후 활용 등에 대한 여수 시민들의 건의 사항을 청취했다. 여수는 재보선이 없는 지역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의지를 거듭 밝혔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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