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분수령' 맞는 금호석화…박철완 주주제안 받을까?
입력 2021.03.09 06:00
수정 2021.03.08 17:01
금호석화, 9일 오전 이사회 열고 주총 안건 상정
박 상무측 주주제안 놓고 진통…이번주 가처분 결과도 관심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간 경영권 분쟁이 9일 이사회에서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주총 안건 상정 여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이달 말로 다가온 주주총회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주총 안건을 확정한다. 이 자리에서 박 상무가 제기한 주주제안을 안건에 포함할 지 여부가 결정된다.
앞서 박 상무는 지난달 초 약 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 안건과 이사진 교체, 사외이사 중 의장 선출, 자사주 소각, 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신설,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냈다.
구체적으로 그는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했다.
여기서 박 상무 측이 우선주 배당금을 보통주보다 100원(2%) 더 요구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금호석화 정관·부칙 등에 따르면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주당 배당금이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까지 높게 책정될 수 있다.
또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에 주주 제안이 회사 측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호석화가 박철완 측이 내건 고배당 안건이 상법과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하자, 박 상무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뒤 '수정제안'을 다시 냈다.
이후 박 상무측은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박 상무가 낸 주주제안을 금호석화가 받아들이라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박 회장을 압박했다.
지난 5일 심문 기일에서 양측은 공방을 이어갔고, 서울지법은 이사회 전날인 8일까지 의견서 등을 제출 받은 뒤 결론을 내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시일을 고려하면 가처분 신청 결과는 늦어도 11일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박 상무는 최근 개인 웹사이트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하는 등 박 회장과 금호석화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주주제안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첫 단추"라며 급호석화의 변화 필요성을 지적하고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과다한 현금 보유와 과소 부채로 인한 자본비용 증대, 낮은 배당성향과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비친화적 주주정책, 부적절한 투자의사 결정으로 성장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그는 미래성장 경영, 거버넌스 개선, 지속가능 경영 등 3가지 측면에서 총체적인 기업체질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된 과다한 자사주를 소각하고 현재 10% 수준인 금호석화 배당 성향을 경쟁사 평균인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배터리, 수소 등 신규 사업 진출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투자하겠다는 뜻도 언급했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 등을 추구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철완 '고배당' 적극 어필…박 회장도 주주친화정책 내세울 듯
박 상무의 제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이번 주총을 통한 경영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그 첫 단추로, 주주제안으로 낸 약 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 안건이 이날 이사회에서 채택돼야 한다.
고배당 안건을 대형 펀드와 기관 투자가들이 받아들이게 될 경우, 이들의 우호 지분을 지렛대 삼아 이사회 진출을 보다 쉽게 노릴 수 있다.
박 상무는 이번 주주제안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자리에 본인을, 사외이사 4인 자리에는 지인들을 추천했다.
4인의 사외이사 후보는 Min John K Dentons Lee 외국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등이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는 Min John K와 이병남을 각각 추천했다.
그는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정관 변경안도 제시했다. 사외이사가 박 상무가 추천한 인사들로 '물갈이'되고 정관 변경안마저 통과될 경우 박찬구 회장의 입지는 이전 보다 크게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박 상무의 금호석화 경영권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일부 주주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금호리조트 인수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주주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이번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금호석화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면 우군 확보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박찬구 회장과 자녀들인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의 지분을 합치면 14.84%로 박철완 상무(10.0%) 보다 4.84%p 앞선다.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표대결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우군이 필요하다.
이날 이사회에서 박 회장측의 '반격 카드'도 나올지 관심이다. 박 회장측은 그간의 탄탄한 경영 성과와 안전한 재무 환경 등을 강조하며 주주 마음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금호석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1% 급증했다. 합성고무 부문에선 NB라텍스가, 합성수지 부문에선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가 수익성 확대에 기여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NB라텍스 등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159.5% 급증한 3454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박 회장이 과거 타이어용 합성고무 등에 주력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업으로 체질을 변모시킨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 측은 이 같은 회사 재무 상태를 고려해 기존보다 높은 배당정책을 수립, 주주들의 결집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표대결은 이달 말 열리게 될 주총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 소액주주 48.62%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만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만큼 사실상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과를 사전에 공시한다.
박 회장과 박 상무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만큼 국민연금은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