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거세지는 박철완 공세…금호석화 해법은?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03.03 11:26
수정 2021.03.03 11:31

박철완,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 이어 웹페이지 개설로 주주 소통 나서

박찬구, '신뢰 경영' 강조하며 획기적인 주주환원정책 고민할 듯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향한 조카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달 말 주총을 앞두고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을 신청하는가 하면 최근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금호석화는 박 상무를 저지할 '반격 카드'를 다음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 상무는 최근 웹사이트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주주제안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첫 단추"라며 급호석화의 변화 필요성을 지적하고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과다한 현금 보유와 과소 부채로 인한 자본비용 증대, 낮은 배당성향과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비친화적 주주정책, 부적절한 투자의사 결정으로 성장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쟁사들 보다 우월한 영업성과를 내는 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경영상의 이유로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하고 지난 10년간 주가의 저평가를 초래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그는 미래성장 경영, 거버넌스 개선, 지속가능 경영 등 3가지 측면에서 총체적인 기업체질을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된 과다한 자사주를 소각하고 현재 10% 수준인 금호석화 배당 성향을 경쟁사 평균인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배터리, 수소 등 신규 사업 진출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투자하겠다는 뜻도 언급했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 등을 추구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 상무의 제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경영권 장악이 필수적이다. 그는 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지난달 초 약 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 안건을 주주제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통주 배당금을 주당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는 1550원에서 1만1100원으로 늘려달라고 했다.


금호석화가 박철완 측이 내건 고배당 안건이 상법과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지적하자 박 상무측은 '수정제안'을 다시 냈다. 그러면서 지난달 25일 자신의 주주제안을 금호석화가 받아들이라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박 회장을 압박했다.


박철완 '고배당'으로 이사진 장악 계획…박찬구도 주주친화정책으로 '반격' 예상


박 상무가 법원에 제출한 주주제안은 고배당 외에 이사진 교체 정관 변경안 등을 담고 있다.


그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자리에 본인을, 사외이사 4인 자리에는 지인들을 추천했다.


4인의 사외이사 후보는 Min John K Dentons Lee 외국변호사,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공과대학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 등이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으로는 Min John K와 이병남을 각각 추천했다.


그는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 회장이 아닌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정관 변경안도 제시했다. 사외이사가 박 상무가 추천한 인사들로 '물갈이'되고 정관 변경안마저 통과될 경우 박찬구 회장의 입지는 이전 보다 크게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박 상무의 금호석화 경영권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일부 주주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금호리조트 인수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주주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호석화는 박 상무의 제안을 검토한 뒤 다음주 이사회를 열고 최종 주총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일 이번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금호석화 주총 안건으로 상정되면 우군 확보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과 자녀들인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의 지분을 합치면 14.84%로 박철완 상무(10.0%) 보다 4.84%p 앞선다. 지분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표대결을 감안하면 최대한의 우군이 필요하다.


'주주 잡기' 대결에서 박 상무 측은 기존 보다 7배 늘어난 고배당 안건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펀드와 기관 투자가들은 이번 분쟁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 배당금도 대거 챙길 수 있으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박 회장의 '반격 카드'도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특히 박 회장측은 그간의 탄탄한 경영 성과와 안전한 재무 환경 등을 강조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금호석화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4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1% 급증했다. 합성고무 부문에선 NB라텍스가, 합성수지 부문에선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가 수익성 확대에 기여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박 회장이 과거 타이어용 합성고무 등에 주력하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기업으로 체질을 변모시킨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 회장 측은 이 같은 회사 재무 상태를 고려해 기존보다 높은 배당정책을 수립, 주주들의 결집을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표대결은 내달 말 열리게 될 주총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경영진을 제외한 금호석화 지분은 국민연금 8.16%, 자사주 18.36%, 소액주주 48.62%다.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만한 기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만큼 사실상 캐스팅 보트인 국민연금의 선택을 얻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보유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과를 사전에 공시한다. 박 회장과 박 상무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만큼 국민연금은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박 상무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만큼 박 회장과 금호석화는 이를 저지할 만한 주주친화정책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주 이사회 이후 양측 모두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움직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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