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일본에 화해 손짓…"과거 발목 잡힐 수 없어"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1.03.01 12:42
수정 2021.03.01 12:44

올해 개선 마지막 기회…유화 메시지 발신

바이든 행정부 3국 공조 방침도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둔 문 대통령 입장에서 올해가 한일관계를 회복시킬 마지막 기회인 만큼, 그간의 대일(對日) 메시지보다 유화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회 3·1절 기념식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개선의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이 같은 메시지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 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간의 3·1절 기념사 때보다도 진전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3·1절인 2018년에는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2019년에는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 지난해에는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노력하자" 등의 언급만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열릴 예정인 도쿄 올림픽을 남·북·미 관계 진전의 계기로 보는 만큼, 이에 대한 기대도 이번 기념사에 담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 이후 관계 개선 메시지를 꾸준히 던졌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담했던 만큼 이번 기념사에 대한 일본의 입장이 주목된다. 한편 이번 기념사에서 '일본'은 7번, '코로나'는 16번, '협력'은 19번 언급됐다. 반면 '북한'이라는 단어는 2번 등장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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