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 제한에 재판 ‘첩첩산중’...“투자·M&A 어쩌나” 고민 커진 삼성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1.02.25 15:01
수정 2021.02.25 15:24

파기환송심 판결로 구속...정상적 경영활동 불가

내달 경영 승계 재판 재개...이중고로 부담 가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달 4일 임직원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으로 경영 활동이 어려워진 가운데 새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원천 봉쇄되면서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 속에서 삼성의 경쟁력 도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내달 11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의 2회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된다.


지난해 10월 1회 공판준비기일로 시작된 이번 재판은 지난달 14일 2회 공판준비기일이 잡혔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기일이 한 번 연기된 바 있다. 그 사이에 법원 인사가 단행되면서 재판부도 교체돼 새로 구성된 재판부가 이 재판을 맡게 됐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지난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판결로 구속된 이후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한 달 여간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 등으로 면회가 제한되면서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보고와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옥중 경영이 어려워지는 양상으로 가능하더라도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M&A)과 같은 중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경영 사안에 대한 결정은 내리기 쉽지 않은데 그것마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첫 번째 구속됐을 당시에는 최종심 판결이 아니었던터라 하만 M&A 절차와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향후 투자 등의 사안에 대한 의사 결정이 가능했다. 이미 계획돼 있는 사안들에 대한 결정이었지만 옥중경영이 가능했기에 이뤄진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어렵게 되면 국내외 대규모 투자와 M&A 등 대형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유독 높은 관심을 보여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만 해도 1위 업체이자 경쟁사인 타이완 TSMC가 적극적인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TSMC가 밝힌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30조원으로 업계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12조원) 대비 3배 가까이 많다. 미세공정 기술력 향상과 인재영입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새로운 재판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 부회장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첫 번째 구속때와는 또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된 것으로 이번 재판은 약 4년 가까이 걸린 국정농단 재판보다 더 길어질 수 있어 삼성의 장기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더라도 더욱 증대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삼성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게 재계의 판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매일 루틴하게 돌아가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미래 비전을 실현한 장기 투자와 M&A 결정에는 큰 악재”라며 “특히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추격자인 분야는 속도감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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