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운의 열공] 벤츠에 밀려도…르노삼성 노조는 "오직 투쟁"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1.02.15 07:00
수정 2021.02.14 20:08

1월 르노삼성차 판매량 3534대…벤츠 5918대 '더블 스코어'

르노본사, 생산비용 감축압박…노조는 "박살내자 구조조정"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지난달 13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에 공장을 둔 완성차 업체가 국내시장 자동차 판매량에서 수입차 업체에 '더블 스코어'로 밀린 것이다.


지난 1월 한 달간 벤츠는 국내시장에서 총 5918대를 판매했고 BMW는 5717대를 판매했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3534대 판매에 그쳤다.


르노삼성차는 국내 공장을 바탕으로 저가의 대중차를 판매하는데다 촘촘한 서비스망까지 갖췄다는 강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차량을 수입하는 해외 럭셔리차 업체에 판매대수에서 뒤진 것은 예사롭지 않은 문제다.


이처럼 르노삼성차는 중대한 경영위기에 처해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7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실제 르노삼성차는 임직원 감축, 임금삭감, 수익성 재고 방안 등을 담은 '서바이벌 플랜'으로 회사가 침몰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회사의 이같은 자구안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며 기본급 인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세력이 있다. 다름아닌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을 박살내자"며 지난 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57.5%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외줄타기 하듯 경영이 위태로운 판국에 '파업 실탄'을 장전한 노조의 배짱에, 여론은 "황당하다"를 넘어 "경이롭다"는 반응까지 내비추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르노그룹 본사는 XM3의 생산비용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생산물량을 이전하겠다고 옐로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부산공장의 '밥줄'인 XM3 수출물량마저 끊기면 르노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노조는 지난 5일 임단협 5차 본교섭도 결렬되자 "회사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렸다"며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못된 버릇을 고쳐줄 것이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회사는 벼랑 끝에서서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분위기 파악에 뒤쳐지며 '노사공멸'을 재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노조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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