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야당, '북한 원전' 두고 갈등 증폭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1.02.03 04:00 수정 2021.02.02 21:19

靑 "선거용 색깔론…큰 실수한 것 "

野 "왜 당황하고 목소리 높이나"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2020년 11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야당은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야당의 행위를 '북풍공작'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협치 당부가 무색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야당의 갈등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다.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은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내부회의에서 "수많은 마타도어(흑색선전)를 받아봤지만, 이는 도가 지나치지 않느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가뜩이나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야당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청와대 정무수석도 야당을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야당의 의혹 제기는 선거용 색깔론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정당의 존재 이유인데 이를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최 수석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탈원전을 했던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북한 원전 건설, 또 파기하면 안 되는 문서를 주말 밤에 공무원들이 은밀하게 파기한 것이기 때문에 의혹이 너무 증폭되는 데 이런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에서 "(청와대의 반박을) 들을수록 더 의아해진다. 왜 그렇게 당황하시고 목소리를 높이시나"라며 "제1야당 대표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하실 만큼 두려운 상황은 과연 무엇인가.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의연했던 청와대다"라고 꼬집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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