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세로 기운 법관탄핵…당권 노리는 중진들도 합세
입력 2021.01.28 03:00
수정 2021.01.27 22:05
'사법농단 폭로' 이탄희, 의총에서 탄핵 발제
범여 107명 의원 이미 탄핵 찬성 입장 밝혀
지도부 '신중론'에도 대세는 이미 기울은 듯
홍영표·송영길·우원식·우상호 일제히 찬성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판사 출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7일 의원총회에서 발제를 통해 법관 탄핵의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여기에 보궐선거·차기 당대표에 출마하는 중진 의원들까지 탄핵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탄희 의원이 2월 임시국회에서 임성근·이동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표결하자는 내용의 발제를 했다"고 밝혔다.
두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임 부장판사는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임기 만료로 2월 중 퇴직할 예정이고, 이 부장판사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다만 박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의 입장에 대해 "탄핵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얘기했지만, 정당이기 때문에 당 입장에서는 민생 국회에 대한 고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대상 법관이 퇴직하기 전인) 2월 첫주에 표결해달라는 게 이 의원의 제안"이라며 "이 의원 개인의 발의라 당론 채택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추·윤 갈등을 일단락하고 민생·경제에 집중하려는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탄핵 이슈를 꺼내드는 것에 신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28일 의원총회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당내 여론은 이미 탄핵 추진으로 기울었다는 반응도 동시에 나온다.
법관의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동의로 발의될 수 있으며,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이미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범여권 107명의 국회의원은 법관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중진 의원들도 일제히 찬성 쪽에 무게를 실었다. 차기 당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홍영표 민주당 의원(4선)은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사법농단 법관을 탄핵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5선)은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기꺼이 거악과 결탁했던 이들을 단죄해 불공정한 세상을 후세에 떠넘기지 말자는 다짐"이라고 평했다.
같은당 우원식 의원(4선)도 "사법 신뢰회복을 위해 법관 탄핵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우상호 의원(4선)은 "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통해 사법개혁이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탄핵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표심을 겨냥한 행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