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 바이든, 3대 충돌지점
입력 2021.01.27 07:00
수정 2021.01.26 16:04
핵심은 협상 방식이 아니라, 최종목표에 대한 합의
북한 인권 문제에 눈감은 문재인 정부를 신뢰할까
한일관계 복원 없는 한미관계는 겉돌 뿐
“저는 바이든 신정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가치 기조가... ... 우리 정부와 유사한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어떤 면에서는 코드가 맞는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이든 정부에 대한 기대 섞인 평가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대로인 이상, 임기를 막 시작한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 대통령과 1년 남은 문재인 대통령 간의 관계는 순탄치 못할 것 같다.
핵심은 협상 방식이 아니라, 최종목표에 대한 합의
그 첫 번째 충돌 지점은 북한 핵 문제가 될 것이다.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출발점으로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는 남북한 지도자와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능력 축소(draw down)가 확인되어야 깡패(thug) 같은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든 대통령 간의 인식차는 넓고도 깊다. 이는 김정은을 바라보는 인간관의 차이다. 그래서 핵 협상 방식을 두고 스몰딜, 빅딜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양자 모두 최종상태(end state) 즉 북한의 핵 포기-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있어서야 차근차근 시작하든, 화끈하게 시작하든 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미북 간의 핵 협상의 핵심 쟁점은 핵 신고·검증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이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확인하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눈감은 문재인 정부를 신뢰할까
두 번째 충돌지점은 북한 인권 문제다. 과거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거론되는 것을 꺼렸다. 2020년까지 15년 동안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다뤄졌고, 2014년부터 3년간은 가장 강력한 의결기구인 유엔안보리에서도 다뤄졌지만,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부터는 유엔총회가 아닌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논의되지 못했다.
트럼프 그림자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1월 22일 바이든 정부 인수위 정보분과에서 활동했던 정박(Jung Park) 브루킹스 한국 석좌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눈 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 민주주의에 북한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3대 사건’ 즉 본인의 의사에 반한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2019년 11월), 연평도 해역 공무원 피격 사망 및 시신 훼손 사건(2020년 9월) 그리고 대북전단살포금지법 통과(2020. 12) 사건은 바이든 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한일관계 복원 없는 한미관계는 겉돌 뿐
세 번째 충돌지점은 한일관계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과 다자주의를 중시한다. 이것을 한국에 적용하면, 분담금 협상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속히 해결해서 한미동맹을 안정화하되, 양자 동맹뿐 아니라 보다 넓은 틀에서의 다자간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은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고 나아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역내 국가들과 함께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일 역사문제를 국익이 아닌 국내 정치용, 편 가르기용 의제로 활용했다. 지난해 일본에 박지원 국정원장, 김진표 의원 등을 파견해서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웬일 인가 보니, 도쿄올림픽을 활용해 ‘평창올림픽 2.0’을 만들려는 것이었다. 도쿄올림픽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니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그래서 다시 거론되는 것이 9월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이다.
인도·태평양 짜르(정식 명칭은 NSC 인도·태평양 조정관)로 발탁된 커트 캠블(Kurt Campbell)은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한일간의 탑다운 방식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는 향후 한국 정부에 있어서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과제가 될 것이다.
베이스캠프가 튼튼해야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혹여 실패하더라고 다시 돌아와서 재충전할 수 있다. 한미관계가 탄탄해야 이를 토대로 북한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우리의 국익을 지키고 확장할 수 있다. 자존심 상할지 모르지만, 국제관계는 체면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을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소진하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