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빚투 잡기에 '관치 그림자'…"시장개입 최소화해야"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1.01.21 06:00
수정 2021.01.20 14:39

신용대출 원금상환 의무화에 마이너스통장 규제까지 '창구 옥죄기'

은행권 대출 증가율도 관리 "코로나19 명분으로 과도한 개입" 우려


금융당국이 마이너스통장(마통) 규제에 이어 신용대출 관리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최근 자본시장 최대 화두인 '패닉바잉' 현상을 막기 위한 긴급처방인데, 금융권에선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관치금융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고액 신용대출의 빠른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대출의 원금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은행의 한도대출 상품인 마통 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최근 주식시장의 급등과 빚투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 추이와 고액 신용대출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언제든 추가 규제 등을 통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쏠림을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위는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 분할상환 의무화라는 초강수를 뒀다. 통상 신용대출은 매달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갚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에선 투자 목적이 아닌 생활‧사업자금 등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창구를 틀어막을수록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가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 2금융으로 쏠리는 풍선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2금융권에서만 5조원이 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빚투 문제가 대두되자 은행권 임원들을 긴급 소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영상회의를 통해 신용대출 상황을 점검하고 "월별 가계대출 목표치 및 총량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리‧배당‧통장수까지 사사건건 간섭…"금융 경쟁력 하락 우려"


아울러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예고하며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할 경우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했다. 점포수는 지난 2019년 은행권이 마련한 '점포 폐쇄 공동절차'에 따르는 자율규제 사항이었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은행 점포 감소 현상은 가속화됐다. 영업점을 찾는 고객수가 줄어들고,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는 금융시장의 흐름이었다. 금융소비자 호보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에 대한 역주행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등에 끌려 다니느라 '시장 다운 시장'의 공기를 맡아본지도 오래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대출창구에 금융당국 직원에 서있는 듯하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명분으로 대출금리부터 연말 배당, 발행 통장수까지 사사건건 당국의 간섭을 받은 금융사들이다.


최근엔 코로나19를 핑계로 정치권까지 금융시장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형국이다. 지난 1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책을 총괄하는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은행권이 이자를 낮추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은행을 정부 하부기관으로 여기는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선 "시장과 자본주의의를 부정하는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빚투와 코로나19 등 현안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정도가 심해서 관치로 역행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과거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은 크게 성장했는데, 당국은 그때처럼 하고 있다.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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